실수의 두려움
실수 두려움
Q: 왜 실수할까봐 시도조차 안 할까요?
A: 완벽주의 때문입니다. 해법은 "실수는 배움의 증거"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안 해본 사람만 실수 안 합니다
두 제자의 길
조선 중기, 한산 도호부의 무과 훈련장에는 두 명의 젊은이가 있었다.
한 명은 장연우,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완벽주의로 인해 시도조차 쉽게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작은 틈 하나, 주변의 시선 하나만 있어도 그는 검을 들지 않았다.
반면 다른 한 명, 허강은 거칠지만 꾸준했다. 동작 하나가 매끈하지 않아도, 수십 번씩 넘어지고 다시 일어섰다. 기세는 거칠었으나 마음은 누구보다 겸허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사부 최운석의 제자였다.
최운석은 노련한 무장이었으며 조선-여진 국경지대에서 수많은 전투를 거친 인물이었다. 그는 두 사람을 바라볼 때 늘 한숨을 쉬곤 했다.
“재능은 연우에게 있다. 그러나 검을 휘두르는 손은 강에게 더 가깝다…”
그의 눈에는 두 사람이 서로의 반쪽처럼 보였다.
완벽을 추구하는 자, 실수로 배우는 자
훈련장에선 날마다 두 사람의 차이가 뚜렷해졌다.
● 장연우
온갖 이론을 꿰고 있었고, 검술의 흐름과 원리는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그러나 사부가 시키는 새로운 동작을 연습할 때마다 그는 주저했다.
“사부님, 지금 제 자세가 흠이 많은 듯합니다. 다시 준비하겠습니다.”
“연우야, 그 흠을 고치려면 우선 움직여야 한다.”
“저는 완벽한 자세가 갖춰지기 전에는 실전 동작을 할 수 없습니다.”
최운석은 결국 말문을 닫았다.
연우는 실수를 두려워한 나머지, 배우기 위한 첫 걸음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 허강
반대로 강은 어떤 지적을 받아도 개의치 않았다.
“틀렸으면 다시 하면 되지요!”
그는 흙바닥에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웃었다.
칼끝이 엉뚱한 곳으로 향해도, 단번에 고치는 일은 없었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졌다.
“강아, 네겐 무모함도 있지만… 실수로 배운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구나.”
사부의 말에 강은 어깨를 긁적이며 웃었다.
둘의 훈련이 이어지며 주변에서도 속삭임이 생겼다.
“장연우는 천재라더니… 정작 검을 안 쓰네?”
“허강은 실수투성이지만, 그래도 매일 달라진다.”
그리고 어느 날, 이 두 사람을 시험할 사건이 일어났다.
밤의 습격
한산 도호부 근처의 외곽 마을이 야밤에 도적떼의 습격을 받았다.
관아의 군사들은 급히 집결했지만, 사부 최운석과 두 제자도 함께 출동하게 되었다.
불길이 마을을 붉게 밝히고, 비명과 말 울음이 뒤엉켜 혼란을 이루었다.
허강은 검을 뽑고 앞장서 뛰어들었다.
“연우! 뒤따라오게!”
“아…아직 준비가—”
그 말이 끝나기 전, 도적 한 명이 연우를 향해 돌진했다.
연우는 검은 이미 손에 쥐고 있었지만 손끝이 떨려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반면 강은 실수투성이였지만
이미 수백 번 땅바닥에 넘어진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넘어지지 않는 법,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연우 앞으로 뛰어들어 도적을 막아냈다.
“연우야! 지금은 흠 따질 때가 아니야! 휘둘러! 손 떨릴 시간이 없어!”
연우는 진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들었지만, 그동안 기회는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위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뒤편 굴다리에서 더 큰 도적 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어느새 두 사람을 포위하고 있었다.
최운석이 멀리서 연우를 보며 외쳤다.
“연우야! 너의 검술은 너의 머리에만 있구나! 실전은 완벽함으로 이루는 게 아니다!
실수하며 배운 자만이 살아남는다!”
그 말은 연우의 가슴을 세차게 때렸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은 완벽을 향해 갔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두려움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는 것을.
실수로 이루어진 완성
연우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손이 떨렸다.
심장이 울렸다.
그러나 그는 처음으로 ‘틀려도 괜찮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는 두려움 속에서 검을 내질렀다.
첫 동작은 서툴렀다.
둘째는 엇나갔다.
셋째는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그러나 넷째, 다섯째, 여섯째—
그의 검끝은 점점 안정되었고
그동안 이해만 했던 동작들이 몸에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네가 검을 쓰는구나…!”
사부의 눈이 빛났다.
허강과 연우는 함께 마지막 도적을 쓰러뜨렸다.
전투가 끝난 뒤, 연우는 두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허강이 웃으며 말했다.
“봐라. 실수해도 죽지 않는다니까.”
연우도 처음으로 편히 웃었다.
“오늘 배웠다. 강아… 넌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서 강했던 거야.”
“아니야. 난 그냥 많이 틀려봐서… 이제 덜 틀리는 것뿐이지.”
연우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전쟁터의 연기 사이로 차가운 새벽별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실수는 부끄러운 게 아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평생의 검술을 바꾸어 놓았다.
그는 더 이상 완벽을 좇지 않았다.
대신 실수 속에서 성장하는 길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