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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숨의편지 (7)

우리 사이의 작은 온도들

by seungbum lee

우리 사이의 작은 온도들
사랑하는 당신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온도差(차)**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하죠.
말하지 않아도 감지되는 미묘한 따뜻함,
혹은 조용한 서늘함 같은 것들.
나는 우리 사이의 온도를 떠올릴 때마다
햇살이 잔잔하게 퍼지는 새벽을 생각합니다.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기 전,
세상 전체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딱 ‘우리 둘만의 온도’를 갖는 그 순간.
그 온도는
당신이 내 마음에 처음 머물던 날부터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처음엔 아주 미약했어요.
당신의 이름을 생각하면
숨 끝이 조용히 데워지는 정도였죠.
하지만 그 작은 온도는
매일 근육처럼 조금씩 더 자라났고,
지금은 내 하루 전체를 감싸는
부드러운 기후가 되었습니다.
나는 종종 생각해요.
우리 사이의 온도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당신이 나를 바라볼 때의 조심스러운 눈빛,
내가 말을 고르느라 잠시 머뭇거릴 때
묵묵히 기다려주던 침묵,
바람 조금 차가운 날
내 손등을 덮어주던 당신의 손길처럼
큰 행동이 아니라,
아주 작은 배려들에서 태어난 것일 거예요.
사랑의 첫 불씨는 뜨겁지만,
사랑의 지속은 따뜻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당신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 따뜻함은
우리가 함께 걸었던 바닷가에서도,
해가 뜨는 기차 안에서도,
도시의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속에서도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죠.
당신 곁에 있을 때면
겨울마저 봄처럼 보였고,
당신의 웃음이 비치는 얼굴을 바라보면
어떤 계절이든 나만의 햇빛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온도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가고 있어요.
당신의 손이 어느 정도 따뜻한지,
내 마음이 어떤 순간에 조금 더 밝아지는지,
둘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언제 가장 편안해지는지.
이런 세심한 감각들이
우리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해주고 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궁합'이라는 것도
사실은 이런 온도의 합일 뿐일지도 모르겠네요.
둘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조화롭게 이어지는 온도.
나는 당신과 있을 때
내 호흡이 가장 자연스러워지는 걸 느낍니다.
숨을 억지로 들이쉬지도,
내쉬지도 않는 그 상태.
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나는 깨닫습니다.
사랑이란,
서로의 온도에 천천히 맞춰가는 일이라는 것을.
이 온도가 식지 않도록
말 한마디를 건네고,
감정 하나를 조심히 나누고,
멀어질 것 같으면 조금 더 다가가는
그런 작은 노력의 연속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당신이 만들어준 이 온기 속에서
따뜻한 숨을 쉽니다.
그리고 이 온도는
앞으로 우리가 걸어갈 길에서도
변하지 않겠죠.
계절이 바뀌어도,
세상이 흔들려도,
우리 사이의 작은 온도만큼은 이어질 거예요.
이 편지는
그 따뜻한 온도를 오래 기억하고 싶어
적어두는 기록입니다.
언제나,
당신이라는 온도에 머무르는
—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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