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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숨의편지 (8)

우리 사이의 작은 온도들에 부치는 답장

by seungbum lee

우리 사이의 작은 온도들에 부치는 답장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의 편지를 읽으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손바닥을 펼쳐 보았어요.
당신이 덮어주었던 그 순간의 온기가
아직도 여기 남아 있는 것 같아서요.
실제로는 이미 사라진 온도일 텐데,
이상하게도 당신을 떠올리면
손끝이 다시 따뜻해지는 걸 느낍니다.

당신이 말한 '우리 둘만의 온도',
나도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것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온도,
온도계로 잴 수 없는 따뜻함이에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우리 사이에만 흐르는 기후 같은 것.

당신은 그 온도가 처음엔 미약했다고 했죠.
나도 기억해요.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내 마음 한구석이 살짝 데워지는 걸 느꼈던 순간을.
마치 추운 날 따뜻한 방에 들어섰을 때처럼,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 안의 무언가가 녹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당신 말대로,
그 온도는 매일 조금씩 자라났어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당신의 웃음을 볼 때마다,
당신의 손길을 느낄 때마다,
그 온도는 조금씩 높아지고 넓어지며
결국 내 삶 전체를 감싸는
하나의 기후가 되었죠.

당신이 물었던 질문,
"우리 사이의 온도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나도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과 같은 답을 찾았어요.

큰 행동이 아니라 작은 배려들,
화려한 제스처가 아니라 조용한 존재감,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일상의 성실함.
그런 것들이 모여서
우리 사이의 온도를 만들었다는 것을.

당신이 기억하는 그 바람 차가운 날,
내가 당신의 손등을 덮어주었을 때
사실 나도 놀랐어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였거든요.
마치 내 몸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당신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내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

"사랑의 첫 불씨는 뜨겁지만, 사랑의 지속은 따뜻함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이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요.
정말 그래요.
처음의 열정은 눈부시지만,
오래가는 사랑은
매일의 온기에서 자라나는 것 같아요.

타오르는 불이 아니라
잔잔히 타는 숯불처럼,
우리의 사랑은 오래도록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서로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당신이 말한 '궁합'에 대한 해석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조화롭게 이어지는 온도.
우리는 서로의 온도를 극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조금씩 맞춰가고 있죠.

그 과정에서 나는 배웠어요.
사랑은 상대를 내 온도에 맞추는 게 아니라,
우리 둘만의 새로운 온도를 함께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당신 곁에 있을 때
내 호흡이 가장 자연스러워진다고 했죠?
나도 똑같아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숨을 쉬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아도 돼요.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우리가 맞는 온도를 찾았다는 증거겠죠.
서로에게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편안한,
그런 온도.

당신이 말한 대로
이 온도를 유지하려면
작은 노력들이 필요해요.
말 한마디, 손길 하나, 시선 하나.
그런 것들이 모여서
우리 사이의 온기를 지켜주죠.

나도 약속할게요.
이 온도가 식지 않도록
매일 작은 따뜻함을 더하겠다고.
당신이 추울 때 내가 덮어줄 수 있는 온기가 되고,
당신이 지칠 때 기댈 수 있는 온기가 되고,
당신이 외로울 때 곁에 있는 온기가 되겠다고.

계절이 바뀌고 세상이 흔들려도,
우리 사이의 온도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이 온도는
날씨나 환경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당신이 만들어준 온기 속에 있어요.
당신이 멀리 있어도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 주변의 공기가 조금 더 따뜻해지니까요.

이 온도를 기억하는 당신의 편지처럼,
나도 이 온기를 기억할게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만의 온도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매일의 작은 따뜻함으로,
조용한 배려로,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당신과 함께 만든 이 온도 속에서
나는 오늘도 편안히 숨 쉽니다.

언제나,
당신이라는 온기 속에 사는
—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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