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헐떡거리던 첫 여행
바닷가에서 헐떡거리던 첫 여행
사랑하는 당신에게.
우리의 첫 여행이었던 그 바닷가가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납니다.
아마도 지금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이
그날의 파도 소리와 닮아서이겠죠.
그때의 우리는
아직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모르는 상태였고,
그래서 더 많이 긴장했고,
더 자주 웃었고,
더 쉽게 떨렸습니다.
그 여행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당신과 함께 걷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기억해요?
바닷가를 따라 난 길을 걷다가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당신의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스치며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던 그 순간을.
그때 당신이 장난스럽게 말했죠.
“바람 때문이야. 내 머리카락이 네 얼굴로 날아간 거지
내가 너한테 다가간 건 아니야.”
나는 대답 대신 웃었지만,
사실 그 순간
내 심장은 그 어떤 파도보다
더 크게 쿵 하고 뛰었습니다.
걷다 보면
우리는 자꾸 멈춰 섰죠.
바람이 너무 차서이기도 했지만,
아마 서로를 몰래 살피느라
발걸음이 자꾸 늦어진 탓도 있었을 거예요.
한참 걷다가
당신이 갑자기 숨을 크게 몰아쉬며 말했다죠.
“나… 너랑 같이 걷는 게 너무 좋아.
근데 왜 이렇게 설레어서 헐떡거리냐.”
나는 그 말이
오래 기억될 거라는 걸 그때 이미 알았습니다.
사람 마음은 이상해요.
평범한 문장이
어떤 날은 평생을 바꿔놓기도 하니까요.
그날의 바다는
우리를 향해 노래하듯 출렁였고,
당신의 얼굴은 바람에 시려 보였지만
그 시림마저도 이상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나는 확신했습니다.
누군가와 떠나는 여행이란
그 사람의 ‘숨’을 가장 가까이서 듣는 일이라는 것을.
당신이 숨을 고르는 소리,
내가 긴장을 풀려고 내쉬는 기묘한 웃음,
두 사람의 발이 모래에 찍는 리듬.
그 모든 것이
아직 어색하면서도,
이미 사랑의 형태를 닮아 있었어요.
여행이라는 것은 결국
서로의 온도와 리듬,
속도와 취향,
그리고 숨결을 배우는 과정이죠.
나는 그 여행에서
당신이 예상보다 조금 더 빨리 걷는다는 것도,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를 좋아한다는 것도,
길을 잃어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내 옆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을
그 여행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우리는 아직 완전한 우리가 되기 전이었고,
서툼과 설렘이 서로 얽혀 있던 시기였지만
그 모든 서투름이 사랑의 근육을 만들고 있었죠.
나는 그 바닷길의 끝에서
당신 몰래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이 사람이랑…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길을 걷게 될까.”
그리고 지금,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쓰는 순간까지
나는 여전히 그 질문의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답은 자연스럽게 정해진 걸까요.
당신과 함께 걷는 길이라면
그 길이 어디든
나의 호흡은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요.
바닷바람보다 더 깊이 내 마음을 흔들었던 당신에게,
그날의 숨결을 기억하며
이 편지를 보냅니다.
언제나,
당신의 옆에서 바람을 마주하고 싶은
— 나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