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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위의 도시 (10)

공정과 공평사이

by seungbum lee

포럼 마지막 날. 100명이 모두 모였다. 진우와 소희가 단상에 올랐다.
"지난 일주일,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진우가 말했다. "솔직히 저는 명확한 답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제 답이 불완전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도 확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소희가 이었다. "하지만 현실이 제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 가지 방식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 새로운 제안을 준비했습니다." 진우가 화면을 켰다. "공정과 공평의 이중 트랙 시스템입니다."
도표가 떠올랐다.
"1단계, 공정. 모든 기업은 블라인드 원칙을 철저히 지킵니다. 학력, 출신지역, 가족배경을 평가에서 제외합니다. 최소한의 공정성 보장입니다."
"2단계, 공평." 소희가 이어받았다. "블라인드 채용을 통과한 인재풀 안에서 기업은 자율적으로 다양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비수도권, 전문대, 경력단절, 장애, 다문화 배경 등에 가산점을 줄 수 있습니다. 의무가 아닌 선택입니다."
"3단계, 인센티브." 진우가 계속했다. "다양성을 실천한 기업에게 세제 혜택, 정부 지원 사업 우선권 등 실질적 보상을 제공합니다. 강제가 아닌 유도입니다."
"4단계, 모니터링과 조정." 소희가 강조했다. "정책은 완성이 아니라 진화입니다. 매년 결과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고 사회적 대화를 이어갑니다."
청중석이 조용해졌다. 100명이 화면을 응시했다.
"이것이 완벽한 해답일까요?" 진우가 물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공정과 공평은 대립이 아닙니다." 소희가 덧붙였다. "이 둘은 함께 가야 합니다. 공정 없는 공평은 자의적이 되고, 공평 없는 공정은 불평등을 고착화합니다. 우리는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박수가 터졌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하지만 진실한 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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