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두 명의 어린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들어오셨다.
남매로 보이는 아이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들어와서 무엇을 살지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그때 할머니의 손에 들린 휴대폰이 울리면서 병원에
입원해 계신 할아버지의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할머니께선 손주들과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다녀가던 길이였는데 아쉬움에 할아버지는 다시 영상통화를
하신 듯했다.
"얘들아 이리 와봐. 할아버지한테 인사드리자. 얼른 와"
"할아버지. 빨리 나아서 집으로 오세요. 또 올게 할아버지"
"할아버지. 사랑해요"
손주들의 애교 섞인 발랄한 목소리를 들으며 인사를 나누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애틋함과 사랑이 잔뜩 묻어나고 있었다.
저 어린아이들은 알까.
어느 누군가에겐 너무나 소중하고 힘과 행복이 되어주는 존재라는 걸,
그렇게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통화를 마무리하는 동안
아이들은 신중하게 먹을 것을 고르고 있었다.
이윽고 아이들은 고른 물건을 카운터에 놓은 후 남자아이는
할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똘똘한 눈빛과 말투로
"할머니. 가서 계산해"
그 말에 나와 순서를 기다리시던 손님들은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너희들 이거면 되겠어? 먹고 싶은 거 더 골라"
"그럼 나 이것도 먹을래. 저것도"
"나도 이거 먹을래 할머니"
그렇게 손주들을 향한 할머니의 사랑에 지갑은 닫힐 줄을 모른 채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