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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r 07. 2024

네 마리 세상

콩이 춘복 만두 덕구


나와 남편은 동물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강아지를

엄청 좋아해서 결혼하면 강아지를 꼭 키우자고

연애시절부터 줄곧 이야기해 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영등포역으로 향하던 길에 작은 애견샵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자석에 이끌리듯 우리의 발길은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연약하고 작은 여러 마리의 새끼강아지들이 저마다의 인연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곳에 들어섬과 동시에

운명처럼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진한 갈색의 푸들 강아지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때의 그 어린 강아지도 자기의 가족이란 걸

예감했던 걸까?


서로의 시선이 닿자마자 운명처럼 끌렸고 내 품에 안긴 그 작은 생명체는 그리웠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처럼 나의 목덜미와 입술, 손, 볼 등을 마구 핥고 비비면서 친근감을 표했다. 오랜만에 재회한 사이처럼 격하게 반기는 그 연약한 강아지에게 마음이 동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날 그곳에서 우리 부부의 인생 첫 강아지와의 인연은 운명처럼 시작되었다.


그렇게 그 강아지는 '콩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가족이 되었고 동고동락하면서 함께 살아온 지 어느덧

8년째가 되었다. 그리고 8년을 함께해 온 콩이와

 우리 부부에겐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다.


콩이가 네 살쯤 되던 해에 아는 지인을 통해서

블랙푸들을 한 마리 더 입양해 오게 되었고

'춘복'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콩이는 암컷이었고 춘복이는 수컷이어서 그런지 서로 경계하는 거 없이 금세 친해졌고 나날이 사이가 돈독해졌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는 몇 달을 고심했는데 그건 바로 둘의 교배 문제였다. 순전히 우리 부부의 욕심이었지만 콩이와 춘복이의 2세들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몇 달을 고심 끝에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이로써 콩이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뱃속에 네 마리의 새끼들을 품은 채 두 달이라는 임신기간을 채우고 출산하게 되었다. 요즘은 가정에서 강아지 출산이 흔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콩이의 출산날에 혹시 모를 대비를 위해서 동물병원과 연락을 해두었고 우리 부부 그리고 나의 자매들까지 총출동해서 모두가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동물병원에서 미리 숙지해 논바로는 진통이 시작되고 1시간~2시간 간격으로 한 마리씩 차례대로 출산을 하게 될 것이고 간격이 2시간이 넘어가는 건 위험하기에 지체 없이 병원으로 와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드디어 오후 5시경부터 콩이의 진통은 시작되었다. 진통이 시작된 지 1시간쯤 되어갔을까.

콩이의 힘주는 신음과 함께 동그란 양수주머니가 하나 터져 나오더니 곧이어 첫 번째 새끼강아지의 머리가 슬며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콩이의 신음과 함께 첫째 강아지가 우리 품으로 그리고 세상으로 나왔다.

이제 세상빛을 본 새끼강아지는 내 손바닥 안에 다 들어올 만큼 정말 작았고 그 작은 입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우렁차게 울었다. 그 광경을 보며 내내 맘조리면서 벅차오르던 마음이 끝내 터져버렸고 나와 남편은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렇게 첫째가 나오고 둘째와 셋째까지는 30분 간격으로 빠르게 출산했고 마지막 넷째만이 남아있었다. 세 마리를 출산하고 힘이 빠져서인지 콩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핥아주다가 곤히 잠들어버렸다. 어느덧 시간은 2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는데 여전히 콩이는 자고 있었고 마지막 새끼강아지는 나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 우리 부부는 병원 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는데 때마침 기적처럼 눈을 뜬 콩이는 마지막 안간힘과 힘께 드디어 넷째를 출산하게 되었다. 가장 늦게 나와서 서러웠던 건지 넷째 강아지의 목소리는 제일 우렁찼다.


그렇게 콩이는 건강하게 크림푸들 두 마리와 블랙푸들 두 마리를 사이좋게 낳으며 안전하게 출산이 마무리되었다.

이 모든 건 그저 기적이었다.


이로써 우리 부부의 시작은 콩이와 셋이었지만 그날을 기점으로 지금은 여섯이 되었다. 콩이의 네 마리 새끼들 중에서 두 마리는 믿을만한 지인에게 입양을 갔으며 두 마리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 콩이, 춘복, 만두, 덕구'와 함께 여섯 식구가 되어서 북적북적하게 매일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강아지와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빛과 행동으로 늘 교감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우리만을 기다리고 반겨주는 강아지들에게 묵직한 책임감을 약속하며 매일을 더 사랑하고 있다.

때로는 강아지에게 주는 사랑보다 우리가 받는 사랑과 위로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 치유되지 못하는 상처나 마음이 강아지를 통해서 치유되기도 하니깐 말이다. 너무 사랑스럽고 참 고마운 존재들이다.

가끔은 단조로웠을 둘만의 여정에서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강아지들은 우리에게 활력과 기쁨이 되어주고 자식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있다.  이렇듯 우리 부부에게 강아지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이자 평생을 책임져야 할 가족이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이 인연들을 허락되는 날까지 사랑으로 아껴주고 함께할 것이다.


" 낯선 사람은 무섭개"
'콩이 덕구 만두 춘복 가족사진'

"간식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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