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30.
카톡.
아주 오랜만에 대학 때 교수님께서 보낸 메시지가 왔다. 연말을 잘 보내라는, 흔한 단체 메시지 같은 것이었는데 겸사겸사 안부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재학생 때 학과장으로 계셨던 교수님은 학생들을 유쾌하게 대해 주시고 수업 진행이 매끄러운 분이셨다. 교내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고 학문적으로나 대외적으로도 유명한 분으로 기억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졸업 후에도 나는 안부를 핑계로 찾아가 자주 도움을 받곤 했다.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셨을 테니 졸업한 지 십여년이 지난 지금 나를 과연 기억은 하실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었지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ㅇㅇ아! 잘 지내니?”
아! 내 이름, 내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다니, 하다가 아니지, 번호가 저장이 되어있으니 이름은 아실 테지 하는 생각이 들어 흥분을 가라앉혔다.
“아이들 몇 살이니? 엊그제 아이 낳았다고 한 것 같은데 시간이 훌쩍 지나가지? 많이 컸겠네.”
그랬다. 교수님이 언젠가, 혹시 프로젝트 일을 잠깐 해 보겠냐고 물으셨을 때 입덧이 심해서 쉬고 있다고 말씀드렸었다. 아이 낳으면 사진 한 장 보내라고, 왠지 어색해서 사진은 못 보냈지만 조리원에서 전화를 드렸었다. “무사히, 건강한 아이를 낳았어요, 교수님.” 말씀드리자, “장하다, 잘했다. 고생했다.” 하셨다. 그 무렵까지는 간간히 교수님께 안부를 전했었다는 것이 조금씩 기억났다.
“제주도에 있어요. ㅇㅇ읍이라고, 그쪽에서 아이들 키우며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교수님, 바쁘셔서 여행 잘 안 오시려나요? 혹시 근처 오시면 꼭 연락 주세요.”
으레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지만, 혹시 오신다면 마스크를 낀 상태로라도 뵙고 싶었다. 학업 전선에서 멀어진 제자를 여전히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했다.
“이 사람아, 우리 전공이 호텔경영이다. 그렇게 재밌게 공부하던 녀석이 잊었니? 제주도는 자주 가지. 잠자리가 불편해서 일만 보고 올라와. 너 선후배들이 도처에 다 있을 거야. 얼마 전에도 그 근처에 자문하러 다녀왔어.”
아! 또 한 번 기억이 살아났다. 맞다, 내 전공이 그런 분야였다. 교수님이 새로 호텔이 생기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자주 출장을 다녀왔다고 강의 시간에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났다.
“맞아요, 교수님. 제 전공이 그랬었네요.”
하고 내가 웃자, 교수님도 허허허, 웃으셨다.
“코로나 시대 좀 지나가면 근처 갈 때 연락 하마. 맛있는 커피 한 잔 사 줄게. 잘 있어서 기분 좋다. 건강해라.”
“저도요, 교수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통화를 끊고, 잠시 여운을 느꼈다.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해준다는 것이 그저 따뜻하고 고마웠다. 전공을 살린 직업에서 물러나 그저 주부로만 있는 내가 교수님께는 잊힌 제자일 것이라 예상했던 것은 착각이었다.
연말, 뜬금없이 안부를 묻기에 참 좋은 시기가 아닐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오래 전의 나를 기억해주는 이는 참 고맙다. 내 인생 참 괜찮은 인생이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