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자와 초보자 가르치기

기본의 중요성

by 연패맨
실력자 미트받기


아침시간에는 복싱장을 오래 다니신 분들이 많이 오신다. 나보다 복싱을 연마한 시간이 많고 스파링도 나보다 훨씬 많이 해보신 분들이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나로서는 그분들에게 뭔가 가르침을 주기가 힘들다. 내가 그들을 위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미트를 잡아주고 체력단련을 시켜주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미트를 잡아주지만, 경험이 많거나 스피드가 빠른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미트를 잡아야 한다. 실력이 있는 만큼 그 기량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일단 주먹이 빠르고 힘이 있으므로 그만큼 나도 미트를 빠르게 움직이고 미트를 강하게 잡아야 한다. 더해서 중요한 것은 움직임. 누군가 겉모습을 보고 판단했을 때 그 사람이 복싱을 잘한다고 느껴지는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스탭이다. 복싱은 결국 주먹으로 상대방을 치는 운동이지만 그 주먹의 힘은 지면을 박차거나 딛는 발에서 나온다. 스탭이 좋으면 상대방의 공격이 안 닿는 거리로 가볍게 회피하고 내 주먹이 상대방에게 닿는 거리로 빠르게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스탭이 좋은 사람은 움직임도 좋기 때문에 미트를 잘 받기 위해서는 양한 각도나 타이밍의 변화를 주며 나 또한 좋은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몸이 조금 긴장하고 팔도 빠르게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한 번 받고 나면 다른 사람에 비해 진이 빠진다. 물론 힘든 만큼 내가 느끼는 보람도 있다.

복싱만화 <내일의 죠> / 사진 출처 : 잉여중년의 공간


초보 및 기본기 가르치기


나보다 복싱 경험이 많은 사람들(물론 복싱을 오래 한다고 무조건 잘하는 것은 아니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만, 초보 및 나보다 실력이 낮은 분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에는 자신 있음은 물론 쉽게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어떤 운동을 배우든지 그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사실은 진리다. 트래핑과 드리블이 돼야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발이 높이 올라가고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어야 태권도를 할 수 있다. 복싱도 마찬가지다. 턱이 당겨지고 가드가 내려가지 않은 상태로 리듬 있게 스탭을 뛸 수 있어야 하며, 기술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각도로 주먹을 뻗을 수 있어야 하며 몸통의 회전(몸으로 치는 법)과 그에 따라 주먹에 힘에 실리는 원리를 체득할 수 있어야 한다. 복싱의 기본을 익힌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나도 배워봤고 또 지금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어느 정도 자세 및 원리를 아는 사람으로서 회원님들에게 상세히 설명을 하고 몸을 움직여 직접 보여주지만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된다. 입식 격기에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계속해서 거울을 보며 자세를 가다듬고 원리를 몸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의 경우 가장 어려운 것은 어퍼였다. 상체를 왼쪽으로 숙이며 복부 높이를 향해 뒤로 당긴 주먹을 찔러 넣는다. 이때 왼다리에 힘이 들어가야 하며 몸의 중심이 잡혀야 한다. 이것을 체득하는 것이 다른 어떤 기술보다 오래 걸렸다. 게다가 지금도 거울을 보지 않고 쉐도우를 하다 보면 자세가 무너짐을 확인할 수 있다. 복싱을 오래 했건 이제 시작했건, 기본기와 자세를 계속해서 익혀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알기에 기초를 가르치는 게 어렵긴 하지만 나의 가르침으로 사람들의 자세가 나아지고 원리를 파악한 것이 자세에서 보이면 뿌듯함을 느낀다. 어쩌면 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체육관에서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기초가 탄탄해야지 그 위로 올바른 기술 및 스타일이 쌓이며, 이것이 곧 사람들로 하여금 복싱의 재미나 스스로의 성장을 경험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브런치 - 청도 황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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