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에서 코치님들로부터 생활체육복싱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한 달 뒤에 열리는 복싱대회였으며 대회장소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있었다.복싱을 진지하게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나 한 번쯤 생체대회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 복싱을 3개월쯤 배우고 첫 스파링을 치른 후 나는 언젠가 생활체육복싱대회에 나가 봐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었다.심지어 버킷리스트에 적어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뒤로 생체대회에 대한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학교 공부로 인해 복싱을 몇 개월씩 간헐적으로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코로나가 터지고 어느덧 보조코치까지 하다 보니 대회에 대한 생각은 새발의 피만큼만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몇 년 만에 다시 생체대회에 관한 정보를 듣게 된 것이다.
대회를 듣자마자 느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15%의 설렘과 85%의 두려움이었다. 일단 나는 풀 스파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스파링 경험도 복싱을 1년 정도 다닌 것에 비하면 많지 않았다. 게다가 헤드기어를 낀 상태에서도 글러브로 제대로 얻어맞으면 머리가 얼마나 강하게 울리는지 알기 때문에 죽자살자 뛰어들게 될 복싱대회를 생각해보니 두려움이 앞섰다.무엇보다 객관적인 나의 스파링 실력을 알기에 더 두려웠다.
생각해보니 별거 아니잖아?
꾸준히 복싱을 수련했고 자세도 확실히 나아졌다. 무엇보다 나는 맞다가 좀 흥분하게 되면 본능과 반사적으로 더 좋은 움직임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마 죽자살자 치고박는 대회라면 나의 이 본능과 그 간의 노력이 빛을 제대로 발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들었다.
무엇보다 갑자기 생각이 든 게,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또래애들과 싸우게 되면 그때는 진짜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싸움에 임하는 각오를 했었다. 그런데 왜 성인이 된 지금은 그 각오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겁쟁이가 되었을까. 어른 세계의 주먹이 얼마나 위험하고 아픈지, 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복싱이라는 것을 조금만 멀리서 바라봤다. '... 생각해보니 진짜 싸움에 비하면 별거 아니잖아?' 보호장구도 다 착용하고 두꺼운 글러브도 끼고, 링안에서 세심하게 나를 바라봐주는 심판도 있고, 링밖에선 일일이 나를 지켜봐 주는 세컨도 있다. 그런데 두려울게 뭐가 있는가. 아마 두렵다기보다는 부담스러움의 감정이 큰 것 같다. 나가서 뚜까 맞으면 어쩌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창피를 당하면 어쩌나.. 같이 사람들의 시선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중요한 것은 지든 이기든 대회에 출전한다는 경험과 대회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과정으로 인해 얻게 될 성장인데 말이다.
사실.. 그래도 두렵다
복싱은 합법적으로 사람을 패고 또 사람에게 맞는 스포츠다. 사람을 패는 기술이 아주 정교하고 체계적이라 때리는 게 보통 쉬운 게 아니고 맞는 게 보통 아픈 게 아니다. 따라서 두려움이라는 게 생기는 게 당연하다.하지만 물리적 타격에서 오는 고통과 두려움이라는 당연한 생존 기재의 본능을 거슬러야 하는 것이 바로 복싱이다. 나는 무엇보다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얼마나 세게 맞아도 견딜 수 있는가. 신체적인 고통은 물론, 몇 차례 정타를 허용했을 때 오는 그로기 상태에서 오히려 상대방에게 붙어 정신을 차리고 맞 주먹을 낼 수 있는 정신력이 있는가. 하지만 항상 잊지 말아야 하는 내 인생의 교훈이 있다. 하기 전이어서 두렵지, 막상 해보면 해볼 만하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