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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Oct 04. 2022

몸이 아프니, 마음도 지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걸까

요즘 몸이 안 좋다..


 한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허리디스크로 인해 다리가 찌릿한 신경통이 아니라, 말 그대로 허리 근육과 그 언저리 전체가 아픈 허리 통증이었다. 웬만하면 이러다 하루 이틀 지나면 그냥 낫기 마련인데 벌써 일주일째 속되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허리 숙이는 것은 물론 걸을 때마다 뜨끔뜨끔 쑤시는 것이 여간 아픈 게 아니다. 그때 다쳤던 갈비 연골도 덩달아 더 아파진 느낌이다. 또 며칠 전 음식을 먹다 체한 것이 계속 내려가지 않고 있어서 몸 상태 자체가 메롱이다. 반가운 겹경사도 아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통증이 몰려오다 보니 (게다가 젠장 날까지 흐리고 습하다 보니) 마음도 우울해진다.

 그럼에도 운동을 그만 둘 수는 없기에(살 빠지는 게 싫고 복싱도 해야 한다) 최대한 안 아픈 선에서 조심스레 임하고 있는 중이다.

출처 : 짤봇



잃는 것들


 며칠 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복싱을 왜 하는 거야? 다치면서 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그때 나는 괜히 멋있는 대답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력이 늘어가는 나 자신을 보면, 내가 나를 이기고 또 성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니까."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내가 왜 복싱을 하고 있까 의문이 든다. 복싱을 하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섭고 힘들다. 더 이상 피 냄새도 맡기 싫고, 위험하고 아프다. 썩 잘하는 것도 아니고, 렇게 밌는 것도 아니다. 할 때마다 다치기 일상이고, 살은 또 뭐 이리 쭉쭉 빠지는지 근손실은 덤으로 따라온다. 마른 나에게는 안 맞는 운동인 걸까, 인자약이라 다치는 걸까, 멘탈이 약한 걸까..

 한 달 전 또 다른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프로 선수될라고? 아 그건 아니고? 생활체육대회?... 프로 될 거 아니면 그런 거 하지 마.." 그가 나에게 왜 그런 말을 한지 안다. 복싱은 위험하니까, 지금 한창 미래 준비해야 할 시기에 뭔 생활체육대회에 노력과 신경을 쏟고 있으니.. 나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된다. 어쩌면 복싱을 그만하고 싶은 나에게 달콤한 속삭임과도 같은 말이었으니까.

 선수도 아닌 놈이 뭐 이런 진지한 고민 글이나 쓰고 앉아있나 싶을 수도 있겠다. 생계를 걸고 복싱을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코웃음이나 칠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나란 사람에게는 정말 고민거리다.

프로복서였던 고 최요삼은 일기장에 "맞는게 두렵다", "피 냄새가 싫다" 등의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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