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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Sep 26. 2022

안 하니까 되게 하기 싫다..

최배달의 333 법칙

3분, 3분, 3분

 27년 인생살이, 3분이라는 개념이 이토록 질리게 된 것은 처음이다. 끓는 물에 라면 3분은 기분 좋게 참을 수 있는데, 줄넘기 3분 셰도 복싱 3분 샌드백 3분은 그야말로 지옥다. 시합을 준비하며 원래 2분이었던 훈련들을 3분으로 늘였는데 3분이 이렇게 긴 시간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줄넘기를 하는데 도통 끝나지가 않는다. '와.. 겁나 하기 싫네?' 하고 힐끔 초시계를 보면 이제 1분 30초 정도 지나고 있다. 아무래도 줄넘기는 그냥 제자리에서 줄만 넘는 거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지루해서 시간이 안 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셰도 복싱과 샌드백은 줄넘기보다는 시간이 잘 간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며 집중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줄넘기의 한 3배로 숨이 차고 힘들다(물론 시합에서는 그 배로 힘들다). 

 최배달의 333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첫째로, 어떤 기술에 대해 3백 번 연습하면 흉내를 낼 수 있게 되 다른 사람에게 그 기술을  보여줄 수 있다. 둘째로, 어떤 기술에 대해 3천 번 연습을 하면 실전에 쓸 수 있는 정도가 되고 평범한 무술인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 셋째로, 어떤 기술에 대해 3만 번 연습을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술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게 된다.

 최배달이라는 인물은 입만 나불대던 가짜 무술가가 아니라 진짜 맨몸으로 실전을 증명한 인물이기에, 그의 333법칙은 그러려니 하고 흘려들을 법한 말이 아니 확실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원투'라는 기술을 3백 번, 3천 번, 3만 번 연습했는가? 로버트 그린의 [미스터리의 법칙]에서는 거장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냥 10년 채운다고, 1만 시간을 채운다고 그 사람이 거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그 분야에 대한 확실한 집중력이 동반될 때 비로소 10년이, 1만 시간이 그를 거장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원투'라는 기술을 집중력 있게 연습했는가?

개빡세다... 그는 싸움에서 피지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안 하니까 하기 싫어진다


 지난 시합에서 왼쪽 갈비뼈 연골에 부상을 입은 후 사로부터 1~2달간 운동을 하지 마라는 충고를 들었다.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 것은 아니지만 안정을 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시험 삼아 턱걸이를 해보니 왼쪽 갈비 쪽 근육이 늘어나면서 매우 불편한 통증이 느껴졌다. 연골을 만져보니 뼈가 동그랗게 튀어나와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통증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푸쉬업 정도는 가능한 몸 상태가 되었다(하지만 튀어나온 뼈의 크기는 여전했다. 의사에게 물어보자 뼈에 이미 변형이 일어난 상태라 다시 들어 일 없을 거라고 했다. 엔장). 갈비뼈는 부러지거나 금이 가도 의학적으로 수술을 하기가 어려워서 저절로 붙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고 나 또한 갈비 연골의 타박상이기에 마찬가지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일주일 정도 쉬어보니 복싱을 하기가 너무 싫어졌다는 것이다. 슨 분야든 그렇겠지만, 진지하게 이기기 위해 또 잘하기 위해 복싱을 하다 보니 난이도와 정신의 스트레스가 크게 늘어다. 내 기준에선 이미 즐기기 위한 취미 수준은 넘어섰고(즐기려고 했다면 그냥 샌드백 재밌게 치고 이쁜 자세 연습하면서 쉐도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선수마냥 진지하게 임하는 것도 아니었다. 애매한 열정과 진지함이라고 할까.. 여하튼 확실한 건 내가 더 이상 복싱을 즐기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못해서 재미를 못 붙이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시합 나갈 때마다 이겼다면 아마 신나서 계속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운동이 정말 하기 싫은 세바스탄 스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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