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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Oct 18. 2022

복싱을 하는 이유 2

내가 복싱을 왜 하고 있을까


복싱
프로복서 김주희

 내가 처음으로 복싱에 관해 올렸던 글의 제목이 '복싱을 하는 이유'였다. 21년 12월에 올린 글이었으니, 대략 10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다시 내가 복싱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전 글에서도 몇 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이제 나는 단순히 취미운동 수준을 넘어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 있다. 시합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파링은 필수이며 계속해서 실전 감각을 길러야 한다. 는 것에 익숙해지고,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것에 익숙해지고,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다리와 정신에 힘이 빠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를 어떻게든 기술적으로 패려는 낯선 상대와 마주하고 또 그의 주먹을 평정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스파링을 할 때마다 입과 코에서 피맛을 느끼고, 체력의 한계로 인해 숨이 가빠져 마우스피스 사이로 침이 질질 새는 상황은 제나 처절하다. 모두가 지켜보는 링 위에 올라가서 소리치는 사람들과 소리치는 세컨의 정신없고 숨 가쁜 시공간 속에서 으면서 두려워하지 않고 침착하게 내 호흡을 유지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스파링
사진출처 : Quora

 그래도 이제 스파링 한 50~60 라운드 이상은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스파링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요즘에는 스파링을 하기 전 복싱화 끈을 묶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하.. 도대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는 거지..?' 왜 하기는.. 왜 하는지 아는데도 본능적으로 하기 싫으니까 나오는 마음의 소리다. 링 위에 올라서면 언제나 그렇듯 무거운 긴장감이 몸을 감싸고돈다. 공이 울리고 상대와 눈을 마주하면 어떤 아픔이 어떤 순간에 다가올까 실시간 단위로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주먹은 눈보다 빠르니까. 맞겠다 인지도 하기 전에 먼저 주먹이 얼굴에 닿는다. 물론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다. 수를 읽어 피하거나 계산하지 않는 한, 엄청난  실전 경험에서 오는 본능이 없다면 주먹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근래 들어 느끼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인데, 더 세밀하게 말하면 그냥 뭉뚱그려 체력이 아니다. 내가 키운 체력을 시합이라니 낯설고 두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온전히 사용해 내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 부분은 선수 스스로 느낄 물리적 체력 분배도 중요하지만, 멘탈적으로 침착하고 흥분하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최근에 스파링을 할 때, '에이 그냥 진짜 맘 놓고 부담 없이 편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이 공간은 비어있고 나는 가볍다'라는 생각으로 체력을 제일 우선순위로 두고서 움직였다. 생각한 대로 내 체력의 한계가 오지 않도록 움직이니 생각보다 좋은 움직임이 나왔고 약간이지만 여유로웠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합에서 흥분해서 줘 팰라고 뛰어다니지 않고 체력 분배를 하며 끝까지 지치지 않는 것이다. 저번 시합의 목표가 중심. 가드. 스탭이었다면, 이번 시합의 목표는 한계를 느끼지 않도록 체력을 고루 잘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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