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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Jun 24. 2023

실기. 구술시험 친 일기 2

생활스포츠지도자 2급 - 복싱

실기 시험을 치르다

 작년에 실기에서는 통과했으나 구술에서 점수를 얻지 못해서 시험에 떨어졌었다. 따라서 사실상 실기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다. 1년 동안 대회도 몇 번 더 뛰어보기도 했고 또 그만큼 복싱을 많은 시간 수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실전은 알 수 없는 법. 이번 실기시험은 작년과 다르게 대전이 아닌 대구에서 이뤄졌는데, 상대적으로 공간이 훨씬 협소하고 집중하기 힘든 환경에서 시험이 치러졌다. 작은 방을 둘로 나눈 공간에서 시험이 치러졌고 반으로 나눈 그 더 작은 공간에 선수 3명과 시험관 3명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수험번호와 이름을 말하자 시험관이 곧바로 셰도복싱을 해보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방어와 공격을 섞어서 해보라는 등 또는 마음의 준비가 되면 천천히 시작하라는 등 잠깐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게 없었다. 마치 갑작스레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어색한 자동차처럼, 나는 좀 멍한 상태에서 바로 스탭을 뛰며 셰도복싱을 시작했다. 협소한 공간과 많은 사람들. 뭔가 빨리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에, 생각해 왔던 멋진 자세들은 떠오르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내가 많이 연습해 왔던 자세들을 위주로 움직였다. 샌드백 역시 셰도를 끝내고 별말 없이 곧바로 이어졌으며 체육관에서 치던 것과 많이 달랐지만, 그 무게와 쳤을 때의 움직임을 주먹 끝으로 느끼며 기본적으로 내가 많이 연습했던 공격을 내보였다.

 한 15초 쳤을까. 시험관이 그만하라고 말을 했고 곧바로 미트 받기가 시작되었다. 체육관에서 쓰던 미트와는 완전 다른 처음 보는 미트였다. 선수분과 주먹인사를 하고 미트를 받기 위해 손을 올렸을 때, 그제야 나는 그 선수가 사우스포(왼손잡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체육관에서 사우스포 회원님들 미트를 많이 받았던 터라 당황하지 않고 나 역시 사우스포자세로 자세를 바꾸면서 미트를 받기 시작했다. 잽잽, 원투, 원어퍼, 스트레이트 같은 기본적이 기술 위주로 미트를 받았고 깔끔하게 끝낸 것 같다. 다만 작년과 똑같이 올해도 사우스포 선수가 나왔다는 점이 신기했다.




구술시험을 치르다
사진 출처 : 슈퍼루키

 구술시험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방에 들어가서 3명의 시험관을 앞에 두고 진행되었고 역시나 뽑기를 해서 거기에 적힌 문제를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첫 번째 질문은 더킹, 롤링, 클린치 등의 방어기술에 대한 설명이었고 (클린치 설명을 좀 아쉽게 대답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나쁘지 않았다. 두 번째 질문은 주니어 복서의 나이에 대한 질문이었고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단 문제는 3번째 질문이었는데, '선수가 시합을 치른 후에 다음 시합까지 얼마 간의 휴식시간을 가져야 하는가?'가 질문이었다. 작년과 똑같이 받았던 질문이었고, 그때도 답을 못 했었는데 이번에도 답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내가 제대로 공부를 안 했던 것인지, 이 내용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강 12시간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아직도 이 답을 모르겠다(혹시 아는 사람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이어지는 다음 질문들은 저지와 어벤던에 대한 질문이었고 쉽게 답할 수 있었다.

 대답 못한 질문도 있었고, 질문을 다시 듣기 위해 2번 정도 다시 말해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구술시험을 나쁘게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65~70점은 넘기지 않을까 싶은데, 만약 통과 점수가 70점이라면 아슬아슬할 것도 같다. 하지만 한 가지 조금 안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마지막 질문에 답했을 때 한 시험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부분이다. 물론 판정은 3명의 시험관이 하는 것이기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구술시험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나는 생각보다 빨리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시험을 치르러 온 여성들도 작년보다 많이 보였고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분들도 많이 보였다. 어디서 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험을 치러 오는 것일까.. 참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1년에 딱 한 번뿐인 시험인지라(그래서 심적으로 부담이 다..)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대프리카라 불리는 더운 대구를 걸으며, 창문이 가려지는 신기한 매직글라스를 가진 대구의 명물 3호선 열차를 타며, 미인의 도시라 불리는 대구 여성들을 구경하며(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납득이 갈 만한 이유들도 많이 써져 있다), 오늘 나는 대구에서의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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