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21장에는 기브온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울가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와 다윗왕의 용사들이 나온다.
앞부분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흉년이 든다. 그러자 다윗이 여호와께 물으니 사울이 기브온 사람들을 지켜주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이방족속을 멸한다면서 많은 기브온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지만 그들이 전멸당할 위기에 처하자 이스라엘로 귀화해서 나무 패고 물 긷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왕은 그들을 지켜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사울왕이 그 약속을 잊어버리고 이방족속으로 취급해서 한꺼번에 말살을 시키려고 한 것이다.
기브온 사람들은 사울가의 후손 남자 7명의 목숨을 요구한다. 다윗은 사울의 손자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은 빼고 다른 후손 7명을 내준다. 므비보셋을 보호한 것은 요나단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사울의 첩 리스바는 아들 둘을 한꺼번에 잃는다. 생명이 살고 죽는 데에도 미묘한 약속들이 얽혀 있다. 아무 힘이 없는 사람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래도 할 말이 없다. 리스바는 그저 두 아들의 시체가 매달린 곳에서 밤낮으로 새들을 쫒으며 두 아들의 시체가 상하지 않게 돌본다. 다윗은 이것을 보고 7명의 시체를 거두어다가 벧산 성벽에 걸려있는 사울과 요나단의 시체와 함께 사울가 기스의 무덤에 장사 지내 준다.
약속은 중요하다.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한 약속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조변석개(아침에 바꾸고 저녁에 고친다)하듯이 약속을 번복하는 사람은 신뢰를 쌓기 어렵다.
사무엘하 21장 뒷부분에는 용맹한 다윗의 용사들이 나온다. 다윗 왕이 전쟁에 나가 싸우지만 이제는 나이가 많아 힘이 달려서 위기에 처하고 만다. 하마터면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다. 이때 다윗의 용사들이 나타나 구해준다. 그리고 이제 다윗 왕은 직접 싸움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의 왕인 다윗의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블레셋 사람들은 거인들이다. 그러나 다윗의 용사들은 신체의 크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비새, 십브개, 엘하난. 요나단 등 네 명의 용사들은 단칼에 그들을 쳐 죽인다. 이로써 비록 나이가 들어 힘이 약해진 다윗 왕이지만 블레셋과의 싸움에서 이스라엘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
한 나라를 통치하는 일은 왕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곁에서 용맹한 용장들과 지혜로운 지장들. 그리고 덕망 있는 덕장들이 사방팔방에서 도와야 한다. 독불장군은 있을 수 없다. 현대 정치로 치자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위정자를 도울 때 제대로 된 위민정치를 할 수 있다. 모두를 배제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윗 왕이 나이 들어 더 이상 싸움에 나가지 말라는 군대의 말을 잘 들은 것은 자신의 처지를 알고, 나라를 바로 통치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한 나라의 왕이라도 지금 자신의 입지가 어떠한지를 잘 파악하는 것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