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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A Apr 29. 2024

나의 키워드

#대한민국 서울 #평범한 #20대

나는 지극히 평범한 이십 대 여성이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나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누구나 그렇듯 대학을 갔다. 내 전공은 비서학이다. “비서” 하면 다들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깔끔한 정장과 구두를 차려 입은 예쁘고 젊은 여성. 실제로 비서채용공고에서는 “용모단정”이라는 단어가 자주 붙고는 한다. 이런 이미지 탓일까 포르노에서도 비서는 단골 주인공이다.


 전공자로서 해명을 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학교를 잘 나가지도 않았던 내가 비서학에 대해 논하는 것이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해명은 해보겠다. 외모를 일정 부분 보는 건 맞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지는 못한다. 주로 고객을 상대하는 다른 서비스직과는 달리 회사에서 중요 업무를 맡고 있는 임원들의 손발이 되어야 하기에 무능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업계에서 무능했다. 나 스스로를 챙기기도 바빠서 누군가를 챙기는 일과는 상극이었고 여러 가지 스펙을 쌓고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안녕하십니까” 하며 면접을 보는 일은 내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물론 내가 여기서 “가식적”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그 과정들을 모두 해낸 사람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와 맞지 않았을 뿐.


 나는 내가 사회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소속이 생겼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는데 나는 어떤 집단에 구속되기를 꺼려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서 기어코 나는 내 고집대로 대한민국 이십대라면 누구나 하고 있는 “취준”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백수로 지냈다. 하지만 나처럼 이렇게 평범한 대한민국 교육과정을 밟아왔다면 대체로 그러지 않을까? 우리는 어렸을 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생략된 채 성적 줄 세우기 대열에 들어서고는 하니까. 이 교육과정이 모두 끝이 난 후 에서야 비로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끝까지 해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 주인공이 되기 전에 나는 부단히 움직이고 생각하고자 글을 쓴다. 나에겐 이 글이 나의 기록을 넘어서 살풀이에 가깝다. 무언가를 해소하는 공간이 되어 내 안에 응어리를 덜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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