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A May 06. 2024

예쁜 사람

누구한테?

그렇게 나는 오랜 기간 누군가와 연애를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이상하는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그 모습이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대단한 지식이 많지는 못할지 언정 그 모습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부지런히 생각하고 배워야겠다. 사람들은 “자기 관리”에 관심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관리”하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피부관리”, 혹은 “다이어트”. 물론 부정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나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니, 그렇지만 모든 것은 균형을 이루었을 때 아름답다. 나의 외적인 것을 돌보았다면 나의 내면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나도 누군가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에만 집중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때일수록 말랑말랑해서 인지 내가 만나는 이성은 나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대 초반에 모델일을 하고 있는 남자친구를 만났었다. 그는 큰 키에 눈에 띄는 외모를 가졌고 그의 주변은 항상 화려해 보이는 사람들로 둘러 쌓여 있었다. 나는 작은 키 덕에 그를 만날 때면 항상 10센티도 넘는 힐을 신었고 뾰루지라도 하나 나면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꺼려졌다. 그에게, 그리고 그의 주변에 사람들에게 나는 그에게 어울리는 “예쁜 사람”이고 싶었다.


 “연극성 성격장애”라고 들어보았는가? 쉽게 말하면 연극처럼 일상을 지내는 성격장애이다. 타인에게 주목받고자 연극을 하듯 과장된 표현과 행동 그리고 이성적인 어필이 습관인 성격을 말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시절 내가 그랬다.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반드시 본인의 내면을 좀 파먹는 과정으로 쉽게 흘러간다. 이 시기에 나는 나의 목표를 이루듯 그와 그의 주변사람들에게 “예쁜 사람”으로 기억되었다. 지금은 기억해 내기도 어려운 그들에게 그저 “예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그 시절의 나에겐 왜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날것의 모습을 보여줬을 때 사랑받을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지금의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보여지는 겉모습보다도 나의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임을 안다. 겉치레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구걸하는 관심이라니, 스스로를 싸구려 상품진열대에 올려놓고 높은 값을 쳐주기를 바라는 이 행태가 얼마나 어리석고 애잔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으로 지내왔다. 그 생활을 이십 년 넘게 이어왔는데, 사회는 이제 와서 나에게 나의 가치를 증명하라고 한다. 스펙으로, 그리고 외모로.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렇지만 원망해 봐야 소용없다. 사회는 나의 응석을 받아 줄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내가 무언가를 이뤄내지 않았더라도 다들 귀엽게 봐준다. 그중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이십대라는 나의 나이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이십 대 일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은 누구에게나 흐르고 이 시간이 흘러서도 발전이 없다면, 그저 기능이 없는 나이 든 여자로 남게 될 뿐이다. 누구나 그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내가 살아갈 방향성에 대해서.

이전 02화 너의 인생을 빌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