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
5일의 이탈리아
벌써 한 달간의 유럽 혼자 여행 여정의 마지막 나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유럽이 익숙해질 무렵이었지만, 이탈리아는 언젠가 따로 진득하게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떠남이 아쉬운 나라였다. 그래서 유럽여행 7년이 지난 지금, 가장 다시 가고 싶은 나라를 뽑으라면 이탈리아가 떠오른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Venezia)였다. 베네치아는 약 120여 개의 작은 섬들이 400개가 넘는 다리들로 이어져 하나의 도시가 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수상 도시다. 도심 전체에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금지되어 있어 보통 수상버스인 바포레토(Vaporetto)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한다. 세상에, 자동차와 오토바이 소음이 없는 곳이라니!
2018년 여행 당시 구글맵 앱을 보며 길을 찾았었는데, 작은 골목길은 제대로 반영이 안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길을 잃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북부의 완벽한 여름 날씨와 느긋한 로컬 분위기 덕분인지, 이 또한 낭만으로 기억된다.
유람선 같은 수상버스 바포레토를 타고 산 마르코 성당(Basilica di San Marco)으로 향했다. 웅장한 사각 디자인에 한번 놀라고 그 아래 개미처럼 바글바글한 관광객들에 두 번 놀란다.
유럽에서 정말 많은 성당들을 봤었지만, 고개만 돌리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섬 안에 이렇게 크고 정교하고 깔끔한 성당이 있다니, 턱이 절로 벌어졌다. 얼마나 관리가 잘 되어있는지, 성당 외관 기둥이 하얗다 못해 창백했다. 성당 이곳저곳에서는 베네치아의 상징인 날개 달린 사자 동상을 볼 수 있었다.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인 복음사가 성 마르코(San Marco)를 상징한다고 한다.
산 마르코 성당 옆 산 마르코 광장에는 베네치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유럽 전망대는 모두 거기서 거기라는 사람들에게 꼭 산 마르코 광장 전망대를 보여주고 싶다. 탁 트인 전망대 아래로 베네치아 전체가 보이면서, 멀리 수평선까지 시원하게 보여서 순간 천리안이 된 것만 같은 쾌감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것만 같은 바닷가 냄새와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 그리고 자동차 소음 따윈 없 편안한 분위기까지. 베네치아와 사랑에 빠지기 충분했다.
베네치아 공화국이 나폴레옹에 의해 멸망하기 전까지 주요 행정, 사법 기관 역할을 했던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에서도 날개 달린 사자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두칼레 궁전에는 독특하게 둥근 돔(Dome) 형식의 이슬람 양식의 디자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지리적인 특성으로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베네치아가 이슬람 문화를 접하면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일몰 시간에 맞춰 도착한 산 조르지오 마죠레 성당(San Giorgio Magiorre). 산 조르지오 마죠레 성당은 베네치아 본 섬에서 가볍게 수상버스 바포레토를 타고 갈 수 있는 작은 섬에 위치해 있다.
노을에 물든 성당과 잔잔한 바다의 윤슬은 눈에만 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관광객들은 주로 본 섬에 머무르는지, 성당이 있는 섬은 좀처럼 인적이 뜸했다.
해변을 걸으니 또래 같아 보이는 유럽인들이 부두에 앉아 노을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 더러 보였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어떻게 간직해야 할까 1분 1초가 지나가는 것을 아까워하는 나와는 달리 또래 유럽인들은 매우 편안해 보였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거나,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황금빛 노을에 물든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깊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친구와 함께 왔으면 저렇게 시간을 보냈을까. 나도 카메라와 아이폰을 넘나들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다음날엔 더 먼 섬으로 나가보았다. 첫 도착지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섬, 리도 섬(Lido)이었다. 물론 베니스 영화제는 매년 8월 말 ~ 9월 초에 열리기 때문에 내가 다녀간 7월 말엔 영화제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해서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해 연극영화과를 세부전공한 나는 영상으로만 보던 베니스 영화제 현장에 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린아이 같은 웃음이 지어졌다.
참 웃기고도 슬픈 사실은, 수많은 취업의 고난과 코로나19 덕분에 7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이때의 나만큼 순수히 영화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감히 “영화를 좋아해요 “라고 당당히 말을 하지 못한다. 조심스럽고 소심해졌다. 마치 전남친의 이름처럼, 입에 담으면 벅차올랐던 기쁨과 슬픔이 한 번에 떠오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베네치아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곳은 부라노 섬(Burano)이었다. 과거 대한항공이 베네치아 직항이 생기며 알록달록한 페인트집들을 광고에 등장시켜 유명해진 섬이다. 부라노 섬에서 머문 시간 동안 하늘이 흐려서였는지, 인위적인 페인트색의 집들이 오래된 영화 세트장의 분위기를 풍겼다.
부라노섬은 원래 어부 마을이었는데, 안개가 자주 끼는 날씨 때문에 어부들이 자신의 집을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각자 집을 독특한 색으로 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섬 전체가 너무 화려하고 못생기게불규칙하게 변하자, 정부가 색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마을 전체가 정부의 팔레트(Palette)인 것! 마음대로 바꾸거나 허가받지 않은 색으로 칠하면 무려 벌금이 부과될 수도 있단다.
‘그럼 페인트값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궁시렁거리며 부라노 섬 거리를 돌아다녔다. 나는 핑크색을 유독 싫어하는데, 과연 ‘나라가 시키면 평생 핑크색 집에 살 수 있을까’와 같은 엉뚱한 망상을 해본다.
Venezia, Italy_ Key Word
- Galleria Giorgio Franchetti alla Ca' d'Oro
- Ponte di Rialto
- Basilica Santa Maria della Salute
- Basilica di San Marco
- Piazza San Marco
- Palazzo Ducale
- Abbazia di San Giorgio Maggiore
- Lido
- Bur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