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할슈타트
4일의 오스트리아
세계여행 중 한 나라의 수도가 메인이라면 소도시는 디저트와도 같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일정을 마치고 향한 곳은 할슈타트(Hallstatt).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마을인 할슈타트는 잘츠부르크에서 버스, 기차, 배를 타고 편도 3시간의 여정을 거쳐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의 나라면 당일치기로 왕복 6시간이 걸리는 일정에 대해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마음만 조급했던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22살의 나는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안 그래도 촘촘한 한 달의 유럽여행 일정에 할슈타트를 넣었다. 이런 게 '열정'인가 보다.
물론 잘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로 가는 길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고, 유럽의 모든 풍경이 처음이었던 나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한국에서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중교통을 전부 이용해야 갈 수 있는 신비의
마을 할슈타트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오스트리아 여행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마을이다.
2025년 개봉 영화이자 영화 <존 윅> 세계관의 연장선인 영화 <발레리나>에서도 촬영지로 등장해 주인공 이브와 존 윅이 화려한 전투신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앞에는 호수, 뒤에는 울창한 숲 언덕이 드리워져 있고, 그 가운데 알록달록 페인트칠을 자랑하는 나무 집들이 모여있다. 이 경사면에 지어진 목조 주택들이 바로 할슈타트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언뜻 보면 세트장처럼 생겼지만, 할슈타트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700명 이상의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마을이다. 성수기에는 하루 최대 1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단다. 주민 수에 비해 방문객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관광객과 주민들의 일상이 충돌하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내가 방문했던 2018년 7월 말에도 할슈타트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마치 평화로운 동화마을에 침입한 해방꾼들 같았달까. 딜레마다. 관광객들 덕분에, 관광객들 때문에 매일 생기와 소음이 공존하는 마을.
할슈타트는 '소금'과 '목공예'로 유명하다.
무려 기원전 2000년부터 소금을 채굴했던 인류 최초의 소금 광산이 있는 곳이 바로 할슈타트다.
채굴한 소금을 잘 운반하기 위해, 그리고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호숫가 산기슭에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지역 주민들은 대대로 목공예 기술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을을 거닐면 나무를 깎아 만든 핸드메이드 조각상을 판매하는 상점을 많이 마주친다. 목재 그릇이나 목각인형 등이 많았는데, 눈물 나는 가격 덕에 나는 고심 끝에 작은 나무 키링을 샀다.
집 열쇠도, 차 키도 없는 내가 이 키링을 어디에 쓰게 될까 상상하며 언덕 위로 올라가 보았다. 호수 건너편에 병풍처럼 드리워진 산맥과 함께 아기자기한 할슈타트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5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이젠 잘츠부르크로 돌아가야 할 시간. 여행을 하면서 가장 묘한 감정은, 아름다운 이곳을 어쩌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온 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느껴진다. 여행은 처음이 곧 마지막인 것을 체감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어쩌다 보니 할슈타트 기차역에서 1시간 정도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기다리는 동안 그 감정을 곱씹어보았다. 어찌 보면 여행을 할 때뿐만 아니라 모든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닌가? 편의를 위해 망각하고 사는 그 감각을 다시금 일깨우는 것이 여행일 뿐. 여행이 아닌 일상에도 단 한 번뿐인 할슈타트들은 존재할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휘이휘이 저으며 ‘익숙함에 속아 할슈타트를 잃지 말자’는 다소 비범한 각오를 하며 기차를 탔다.
Hallstatt, Austria_ Key Word
- Salzwelten Hallstatt
- World Heritage View Skywalk
- Marktplatz
- Hallstätter See
- Pfarrkirche Maria am Berg
- Welterbemuseum Hallsta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