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린 남의 잔치

오스트리아 빈

by 시옹
4일의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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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90122_094537561.jpg 빈 오페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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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른트너 거리(Kaerntnerstrasse)

유럽에는 많은 페스티벌들이 있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La Tomatina),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카니발(Carnevale di Venezia) 등 사진으로는 얼추 마주친 적 있는 것 같은 축제들이다. 원래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도, 유럽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괜히 그 축제가 나의 일정과 겹쳤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독일 뮌헨(München)의 옥토버페스트는 아쉽게도 9-10월에 열려서 놓쳤지만, 고맙게도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는 기간이 빈 필름 페스티벌(Filmfestival am Wiener Rathausplatz) 기간과 겹쳤다.

저녁부터 시작하는 필름 페스티벌을 기다리며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슈테판 성당(Domkirche St. Step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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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3792.jpeg 성페터 성당(St. Peter's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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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대성당(Domkirche St. Stephan)은 오스트리아 최고 고딕 성당이다. 유럽여행 25일 차라 성당과 교회에 질릴 때도 되었던 나(무교)였지만, 슈테판 대성당과 성페터 성당(St. Peter's Church) 안 장식은 놀라울 만큼 화려했다. 종교가 없더라도 이따금씩 들려 정교한 장식들과 차분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게 만드는 곳이었다.

종교가 없는 나로선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 아래 전 세계인들이 하나가 되는 것 아닌가. 같은 믿음을 가지고, 같은 뜻을 가진 건물을 전 세계에 세워서, 매주 같은 요일에 그곳에 가서 같은 기도를 올리는 것. 인종, 성별, 나이를 초월한, 그 어떤 단체도 쉽사리 이룰 수 없는 엄청난 업적이다. 그래서 궁금증을 지울 수가 없다. 과연 이들은 정말 모두 같은 것을 믿을까?




DSC03798.jpeg 호프부르크 왕궁(Hof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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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3805.jpeg 왕궁정원과 모차르트 동상
KakaoTalk_20190123_224638321_20.jpg 벨베데레 궁전(Schloss Belved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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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유디트(Judith)>와 <키스(Der K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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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도 두 곳을 들렀다.

호프부르크 왕궁(Hofburg)은 1918년까지 왕족들이 살던 곳이다. 내부도 들어가 볼 수 있지만, 내키지 않아서 들어가지 않았다. 혼자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발견했을 무렵이었다. 내가 내키지 않는 것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나중에 후회할까 봐'라는 불안함 속에서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은 장기여행에 오히려 해로울 뿐만 아니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리프레쉬(refresh), 휴식, 식도락, 자연감상, 인생사진 건지기 등 여행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의미로 다가간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여행이 강요가 되어선 안된다.

벨베데레 궁전(Schloss Belvedere)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자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상징주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Der Kuss)>와 <유디트(Judith)> 등을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 방문한 덕분에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궁전과 정원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이처럼 빈에는 건물 전체가 예술 작품인 것처럼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한 곳들이 많았는데, 빈의 주요 건축 양식이 본질적으로 화려함과 극적인 장식을 추구하는 바로크 양식과 후기 로코코 양식이라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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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성당 지하 카타콤베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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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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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이틀간 슈테판 성당 지하 카타콤베(Catacombe) 투어와 작은 오페라 감상, 그리고 미술사 박물관 관람도 했다.

카타콤베는 지하 묘지인데, 함스부르크 왕가부터 시작해서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실제 유골이 쌓여있는 곳이다. 오직 가이드 투어로만 입장할 수 있고 실내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놀이공원 귀신의 집 마냥 떡하니 해골이 보이진 않았지만, 흑사병 일화들을 들으며 서늘한 지하 묘지를 걸으니 한여름에 등골이 서늘했다. 처음으로 유럽인들의 흑사병에 대한 트라우마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등 클래식 거장들의 도시인 빈에 왔으면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생소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은 더 줄어들 것이다. 40대, 50대, 60대가 되어서도 여행을 하면 호기심에 불이 붙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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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니첼(Schnitz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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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허 케잌(Sachertorte)

오스트리아 국민 음식, 슈니첼(Schnitzel)도 먹었다.

슈니첼은 한국의 돈가스와 비슷한 형태의 요리로, 아주 얇게 두드려 편 송아지 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 요리다. 일반적으로 소스는 뿌리지 않고, 곁들여 나온 레몬 조각을 짜서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고기를 아무리 얇게 펴 발라 봤자 우리나라 경양식 왕돈가스 정도겠거니 싶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손바닥 두 뼘은 되는 어마어마한 커틀릿(Cutlet)이 나왔다. 한 조각 한 조각 잘라가며 먹으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빈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디저트라면 단연 자허토르테(Sachertorte).

자허토르테는 꾸덕한 초코 시트 사이사이 살구잼을 바르고, 더 진한 초코 아이싱으로 덮은 케이크를 무가당 휘핑크림에 찍어 먹는 초콜릿 디저트다. 이 케이크를 먹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직장인이 아니었었고, 회사를 다니기 전 나는 단 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 그래서 몇 입 먹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드는 동시에 입 안에 단내가 진동을 해서 결국 1만 원짜리 케이크를 남기고 말다. 초코바 없이는 하루를 버틸 수 없는 직장인 5년 차인 지금 먹는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한 조각 전부 먹을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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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빈 필름 페스티벌에 왔다.

축제의 이름 때문에 '영화제'로 오해하기 쉽지만, 막상 가보니 빈 필름 페스티벌은 빈 시청 앞에 설치된 큰 스크린 앞에서 라이브 음악 뺨치는 음질과 함께 음악 영상을 즐기며 푸드트럭과 온갖 맥주를 파는 축제였다. 야외 오페라 및 음악 영상 상영 축제인 것. 운이 좋으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음악을 맡았던 한스 짐머의 음악, 혹은 지브리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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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인 7~8시가 되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푸드트럭에서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 맛있는 소리와 침샘 자극하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스크린이 커졌다. 스크린과 함께 불이 켜진 아름다운 빈 시청사 아래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ost가 연주되었다.

나는 오늘 처음 만난 동행과 테이블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였다. 즐거움과 편안함이 한가득 담긴 주변 사람들의 대화소리,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밤공기, 조화로운 음식들, 그리고 감미롭게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이 모두 모여 완벽한 한여름 밤의 낭만을 만들었다.

나는 여기서 날아갈 듯한 자유로움을 느꼈다. 집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타지에서 이런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어제가 어쨌든 내일이 어찌 되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앞으로의 여행은 늘 완벽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아니,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 자유의 모습을 잘 봐두었으니, 그를 또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



Wien, Austria_ Key Word
- Filmfestival am Wiener Rathausplatz
- Wiener Staatsoper(Vienna State Opera)
- Kaerntnerstrasse
- Domkirche St. Stephan(St. Stephen's Cathedral)
- Peterskirche(St. Peter's Church)
- Hofburg
- Schloss Belvedere(Belvedere Palace)
-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 Schnitzel
- Sacherto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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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