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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ul 28. 2021

해외 학술지에 도전하다: 2021년(1)

첫 번째 실패의 기록

석사학위논문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와 반성


  나의 석사학위논문은 세 개의 가설로 이루어져있다. 선거의 시기가 돌아오는 해에 보건 지출이 높아진다는 것, 선거의 경쟁도가 높아질 때 보건 지출이 높아진다는 것,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선거 권위주의 국가에서 그렇지 않은 곳보다 보건 지출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지금 살펴보면 이론적 논의가 그렇게 깊지는 않다. 그 당시에 내가 노력할 수 있는 한에서 열심히 적은 티가 난다. 원래 석사학위논문이란 깊숙한 곳에 숨겨뒀다가 남들이 들추려고 하면 애써서 말리는 그런 것 아닌가.


  통계 분석도 마찬가지다. 이분산(heteroskedasticity)을 통제하여 표준 오차(standard error)를 계산하기는 하였고, 국가별 고정효과와 연도별 고정효과를 포함하여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변수들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생성의 문제(endogeneity issues)를 잘 다루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즉, 결론적으로 Two-way fixed effects model을 사용하는 법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가지로 고려하고 더 보완했으면 좋았겠으나 문제는 없는 모델로 통계 분석을 보여주는 석사학위논문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이런 부족한 논문을 통과하게 해준 지도교수에게 고맙다. 석사학위논문을 쓰는 동안 꼭 논문의 내용이나 쓰는 그 과정뿐만 아니라 주위의 일을 겪으면서 초연해지고 나에게 부드러워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결국 이는 내가 받아들이고 순응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된다. 이렇게 담담한 문장으로 쓴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수도, 누군가를 체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어떤 문장으로 받아들이던지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지금의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 나도 논문을 쓰면서 그런 삶을 살았으니까. 아마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더 좋은 논문은 쓰지 못할 것이다. 저 논문이 그 당시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결과물이다.


논문을 고치고 해외 학술지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 나에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며, 정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런 기회에 갑자기 2021년 1월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어느 대학교에서 논문 쓰기를 가르치면서 나의 소망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 나는 학부생들에게 자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논문으로 쓰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 그것이 정치학의 분야라면 더 좋고. 그냥 일반적인 사회과학이어도 좋고. 2021년 3월에 어느 시청에서 사무직으로 갑자기 일하게 되기도 하였지만 그저 좋은 기억이었을뿐, 그리고 공무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를 잘 관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학부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든 김에 석사학위논문을 영어로 번역하고 고치는 작업을 시작했다. 방법론을 조금이라도 더 고치고 보완하면서 이론적으로 조금 더 깊은 논문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논문의 방법론을 모방해보자. 그 논문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법을 따라해서 나의 분석을 대입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논문의 대상이 정치학자 니샤 벨린져(Nisha Bellinger, 2020)였다. 그의 논문은 민주주의가 아닌 국가에서 정당의 제도화 수준이 시민들의 칼로리 섭취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고 있다. 그는 박사학위를 시민 웰빙의 정치 경제로 받았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학자 중에 한 명이다.


  방법론은 모방했지만 나는 정치 제도의 특성이 보건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결국 종속변수와 독립변수가 다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방법론을 보완하여 우선 초고를 내놓았다. 그렇게 내놓은 초고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내 주변에 있는 공부 공동체에서 발표하고 코멘트를 받았다. 처음으로 투고한 학술지는 바로 니샤 벨린저의 논문이 있는 같은 학술지였다. 정치학에서 제법 급이 높은 학술지 중에 하나이고, 나의 지도교수도 2017년에 이 학술지에 투고하여 발간하였으니까. 나도 한 번 도전해보자하는 생각으로 보내버렸다.


  그런데 이틀만인가 이메일이 돌아왔다. 학술지에 투고를 한다고 보내면 답은 두 가지이다. 우선 주제와 논문을 슥 읽어보고 자신의 학술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탈락을 통보한다. 이를 데스크 리젝(desk reject)이라고 한다. 만약 탈락을 통보받지 않는다면 익명의 심사자를 두세명 정도 선정해서 외부 심사를 내보낸다. 그 심사를 통해서 또 게재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데스크 리젝을 당했다. "위 논문은 우리 학술지보다는 보건 경제학 관련 저널이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는 답을 받았다.


대가 여러분, 저를 도와주세요.


  나는 이왕 논문에 애정을 가진 김에 이 논문을 전세계에 유명한 사람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논문을 사람들이 미리 읽고 이 부분을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다음에 내 논문 심사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대가들이라면 이 논문을 어떻게 했을 때 투고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선정한 대가들은 아홉 명.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그 분들에게 보냈다.


Dear Professor OOO,


I hope this email finds you well. My name is Jeong Woo Lee. I received my master's degree in August 2020 at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Korea University, and am planning to publish the master's thesis at any journal available. A revised version of the thesis is entitled "Does intense electoral competition increase the government health expenditure in EAs?"


During the working process, I was (and am still) impressed by your paper entitled "OOO." I heavily restructured my master's thesis for publication after I read your articles. Arguments on your paper are foundations for my current working paper on explaining electoral competition and government health expenditure in EAs.


I would like to ask you for comments on this paper about points of revision. It would be very helpful for future strategy on publication.


Thank you very much. Waiting for your reply.


Yours respectfully,

Jeong Woo Lee


  대가들이 나의 메일을 읽어줄까? 읽어도 그만 읽지 않아도 그만이다. 답장이 온 사람들이 있고 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지만 아주 감사하게도 회신한 교수들의 경우, 아주 자세한 평가와 코멘트를 보내줬다. 그렇게 보내준 사람들이 바로 고려대학교 김남규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김남규 교수의 경우, 나에게 온라인으로 통화를 할 것을 요청하면서 아주 자세한 코멘트를 남겨주었다. 감동이었다. 이메일 답변으로는 Michael K. Miller, Andrea Cassani, Nisha Bellinger가 있다. 관련한 연구 분야의 박사과정으로 있는 박상훈 선생님의 코멘트도 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코멘트를 남겨주신 황준서 선생님, 김양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렇게 받은 코멘트들을 바탕으로 논문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 투고 시도를 하려고 준비를 했고, 어느 저널에 투고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코멘트를 받으려면 급이 좀 이전보다는 낮은 저널로 투고를 해야할까 싶기도 하고. 다음 장에서는 논문을 수정하면서 생긴 혼돈과 두 번째와 세 번째 투고의 실패 과정을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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