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캠핑> 외전 #2
뜀박질하는 것만큼이나 등산도 질색을 했었다. ‘어차피 다시 내려 올 걸 뭐하러 힘들게 올라가나?’ 하는 흔해빠진 투정과 함께, 등반 동참을 권유하는 그 누구에게도 다 뾰족하게 굴었었다. 중고등학교 때 청소년 수련 캠프, 혹은 군 시절 산악행군에서 겪었던 폭력에 대한 반작용이었을까? 나에게 등산은 그냥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 나에게 벌을 주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보다 인공 조형물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등반을 통한 눈의 즐거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저 앞사람 엉덩이만을 쳐다보며 묵묵히 허벅지를 태우는 일뿐이었다.
4-50대 사람들이 아직 어른으로 보이던 시절,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입고 출근하는 어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나이에 비해 아직 꼿꼿한 허리와 반짝이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 한결같이 입을 모아, "자넨 아직 젊으니 괜찮지만 나이 들면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이 있어야 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었다. 주 4회 가벼운 운동 (땀이 살짝 날 정도) 혹은 매 주말 등산 가면서 하체를 조지는 것이 덜 아프게 늙는 일이라고 했다. 누구는 나이 들어도 걱정 없이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도록, 술도 꾸준히 마실 수 있도록 등산을 한다고 하기도 했었다. 이때만 해도 나에겐 아직 먼 얘기였었는데, 그 후로 십여 년이 지나고 어느 날, "등산, 그거요, 난중에 따시 내려올 꺼 뭐 한다고 올라갑니꺼?"라고 묻는 20대에게 나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살려구요...”
하체 운동을 한다는 것 외에도, 자신의 몸을 괴롭히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조금 덜 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소매업계에서 일하면서 진상 고객과 또라이 회사 정책에 시달리고 있을 때, 숨을 헉헉대고 다리를 휘청이며 산을 오르다 보면 잠시 동안은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마치 엉덩이 주사를 놓을 때 먼저 찰싹 때려서 고통을 분산시키는 것처럼. 남들은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콩알만한 건물과 도로 교통 등을 보면서… '아… 정말… 저렇게 좆만한 곳에서 뭘 그리 아웅다웅하고 사는 건가…' 하며 호연지기를 키운다고 하는데, 여전히 산에 올라가면 다시 내려올 체력 안배부터 걱정하는 나로서는 등산을 즐거운 취미 생활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가끔 뭔가 수틀리는 일이 생기거나 흠씬 얻어맞고 싶은 기분이 들 때면 엉덩이를 맞는다는 기분으로 산에 오르곤 했었다.
처음 이민 와서 아직 주변의 모든 것이 신기하게만 보일 무렵에도 눈은 별로 없이 비만 줄창 내리는 밴쿠버의 겨울은 그닥 반갑지 않았었다. 몇 주째 계속 흐리고 우중충한 날을 겪고 있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가라앉았는데, 써머타임 (일광절약 시간제)이 끝나는 11월 첫 주가 지나면 보통 4시에 해가 지기 때문에 그나마 빗줄기 너머 흐린 햇빛조차도 8시간 정도면 그 수명을 다하기 일쑤였다. 만화와 영화만 있으면 어디서든 재밌게 살 수 있는 나는 별로 크게 영향을 안 받았지만 아내의 우울증은 간헐적으로 심해지기도 했었다. 2000년대 초반 밴쿠버에는 아이만 데리고 조기 유학을 오는 엄마들이 무척 많았었는데, 그들의 공통적인 어려움 역시 밴쿠버의 어둡고 길고 축축한 겨울 날씨였다 (그리고 우울하고 마음이 허전하면 영상의 겨울 기온도 훨씬 더 춥게 느껴졌다). 사실 이건 한국 이민자나 유학생들만 겪는 어려움은 아니었고 일조량 부족으로 우울증을 겪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어서, 약국에 가면 우울증 치료용 전등을 겨울마다 팔고 있었다.
유난히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았던 2017년이었음에도 겨울이 되자 아내는 우울증에 접어들고 있었는데, 밴쿠버 사람들은 겨울에 스노슈잉 (설피(雪皮)를 신고 눈 위를 걸어 다니는 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때 나로서는 주중에 제법 힘든 육체노동을 하고 있었던 터라 주말에는 좀 집에서 드러눕고 싶어서 스노슈잉, 혹은 겨울 등산이라는 걸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상태였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신실하게 지름신을 모시는 입장으로서 뭔가 새로운 장비를 쇼핑하는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었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보니 집에는 스노슈잉 장비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처음, 2017년 12월 어느 비 오는 날, 웨스트 밴쿠버에 있는 ‘싸이프러스 산 (Cypress Mountain)’으로 첫 스노슈잉을 나서게 되었다.
웨스트 밴쿠버의 ‘싸이프러스 산’은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기본적으로 이곳에 입장하는 것이라든지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것 자체는 무료였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주립 공원 내에서 위치한 스키장이 개장을 해서 진입로 도로마다 눈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보통 스노슈잉을 하는 곳은 (다운힐 스키장이 아니라) 노르딕 스키장 옆에 있는 ‘홀리번 산 (Hollyburn Mountain)’인데, 스키장 고객이 아닌 사람들은 노르딕 스키장 주차장까지 못 가고 그 근처 갓길에 비스듬히 차를 대도록 했다. 이후 펜데믹 기간 동안에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어) 스노슈잉 인구가 폭증을 할 때에는 저 아래까지 주차 차량이 차고 넘쳐서, 주립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무료 입장권을 예약한 사람 만이 통행을 허가받고 주차를 할 수 있게끔 했었다.
매일매일 관리를 하는 스키장에 비해서 등산로 입구도 주차장도 허름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비 내리고 어둑한 도시를 떠나 구름 위 새하얀 눈 세상에서 청량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내의 컨디션은 눈에 띄게 좋아진 것만 같았다. 홀리번 등산로의 특징은 초반 30분 내에 아주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나면 그 뒤로는 완만한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아서인지 안전한 등산로가 비교적 넓었으며 그 밖으로 벗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 있었다.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노르딕 스키장과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발아래 새하얀 풍경을 볼 수 있었고, 거기서 좀 더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 정상에 서게 되면, 눈 덮인 산 병풍 너머로 밴쿠버 앞바다 하우 사운드 (Howe Sound)와 다운타운 시내를 한눈에 보면서 컵라면을 먹는 사치스러움을 즐길 수도 있었다 (이 경사는 무척 가파른 편이어서 다시 내려갈 때는 대부분 썰매를 타고 내려가게 된다).
첫 스노슈잉에 깊은 감명을 받은 아내와 주말에는 좀 집에서 드러누워 쉬고 싶은 나의 심정이 소소한 충돌을 만들기는 했지만, 이 이후론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스노슈잉을 즐기게 되었다. 단지 등산을 하는 것 외에도 꽁꽁 언 호수를 걷는다든지, 겨울 산행 백패킹을 하게 되었을 때에도 스노슈와 지팡이를 챙겨서 다니곤 했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의 단골 산행은 웨스트 밴쿠버의 '싸이프러스 산 주립공원'과 노스 밴쿠버의 '씨모어 산 주립공원 (Mt. Seymour Provincial Park)'일 수밖에 없었다. 가까웠고 (집에서 운전해서 한 시간 이내 도착), 둘 다 스키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진입로 눈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주립공원이라 주차나 사용료가 무료였으며, 나름 경사가 있어서 4~5시간의 짧은 시간의 왕복 산행에도 멋진 경치를 보고 올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고 있었다.
'홀리번' 등산로 하나만 운영하고 있는 '싸이프러스 주립공원'과 달리 '씨모어 주립공원'의 경우 '독마운틴 (Dog Mountain)' 등산로와 '퍼스트픽 (First Peak)' 등산로 두 개의 선택지가 있고, 비교적 수월한 '독마운틴'에는 가족 단위의 산행객이, 상대적으로 길고 가파른 '퍼스트픽'은 경험자들이 선호했다. 특히 '독마운틴'의 경우 좁은 등산로 하나를 통해서 많은 등산객이 지나다녀서 그런지 새 눈이 내린 지 하루 이틀만 지나도 금세 단단한 눈 길이 만들어져 있어서 굳이 스노슈를 준비하지 않고 그냥 '마이크로 스파이크 (Micro Spike, 아이젠)' 정도만 착용해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또한 '홀리번'은 등산로가 넓고 일직선인 편이어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우도 많은데, '독마운틴'에서는 좁고 꼬불꼬불한 등산로 탓인지 스노슈잉 하는 사람들이 등산로를 온전히 점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날씨 좋은 날 아침 일찍 씨모어 산 스키장 주차장 뒤편으로 가면 눈 덮인 고개 너머로 기가 막힌 일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팬데믹이 터지면서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바뀌었다. 팬데믹 초기에는 최대한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던 BC주 보건 당국은, 이후 실외 활동에서 코로나 균의 공기 전염 확률이 극히 미약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계속된 집콕이 주는 정신 건강 피해가 실외에서의 코로나 감염 확률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걸 깨닫고 2020년 여름부터는 실외활동 (하이킹, 캠핑 등)을 적극 권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해외여행이나 주 경계선 밖으로의 여행은 아직도 매우 제한적이던 시절이어서, BC주 내에 있는 이곳저곳 공원시설에 수많은 밴쿠버 사람들이 몰리게 되었고 주립공원 등산로 입구마다 차량 주차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호흡기 질환자들이 줄기차게 넘쳐나던 2020년 겨울에는, 아무리 실외 공기감염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좁은 등산로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스노슈잉을 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2021년 겨울은 씨모어산 주립공원의 경우 미리 예약을 할 수 있는 무료 입장권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차 / 인파 문제가 많이 줄어들었었다). 그러던 중, 노스 밴쿠버에 있는 또 하나의 스키장인 '그라우스 산 (Grouse Mountain)' 스키장에도 스노슈잉 등산로가 잘되어 있다는 얘길 건너 듣게 되었다.
씨모어 산의 독마운틴, 퍼스트픽 등산로나 싸이프러스 산의 홀리번 등산로와 같이 주립공원이 아니어서, 입장료 - 케이블카 사용료 (2022년 현재 성인의 입장료 + 왕복 케이블카 사용료는 하루 70불. 스키장 리프트 가격은 미포함)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입장료 3배의 가격이면 연간 패스를 살 수가 있어서 (그리고 연간 패스에는 주차 패스 포함) 밴쿠버 거주민들은 보다 저렴하게 시설을 즐길 수 있는 편이다. 또한 매해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패밀리 패스 (성인 2명 포함)를 반값에 할인 행사를 종종 하기 때문에 세금 포함 1인당 120불 정도 (2022년 기준. 스키장 리프트 가격은 미포함)의 비용으로 1년간 무제한 그라우스 산 시설을 주차나 인파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케이블카를 타는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이어진다는 것이 우리처럼 운전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돈을 받고 운영을 하는 스노슈잉 등산로다 보니까, 등산로도 그렇고, 다른 시설들의 관리 상태가 주립공원에 비해 월등했다. 예를 들어 등산하기 전에 화장실을 갈 때에도 주립공원의 경우 실외에 따로 마련된 조그마한 가설 화장실을 북적북적 이용해야 하는 반면, 그라우스 마운틴은 식당 / 휴게 / 기념품 쇼핑 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여유 있게 볼 일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겨울엔 주변을 크리스마스 전구로 장식해 둔 작은 산책로를 만들어 놓거나, 여름에는 집라인 (ZipLine)이나 나무꾼 쇼 등, 각종 어트랙션 등이 마련되어 있어서 가족들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다.
그리고 2022년 어느 주말. 금요일 저녁까지 눈이 오고 주말은 맑을 거라는 예보를 들었다. 스키나 스노슈잉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다 마지않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 아무도 지나지 않은, 폭신폭신 솜사탕 같은, 신선한 파우더 눈. 하지만 이 때는 아직 주립공원 입장권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아서 주차자리를 잡으려면 새벽같이 출발해야 했는데, (생활 스타일이 점차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언젠가부터 운전을 덜 하게 되면서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를 하지 않게 되었기에 다른 곳으로 스노슈잉을 떠나기는 건 엄두가 나질 않았다. 버스로 코 앞까지 갈 수 있는 '그라우스 산' 외에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연간 패스를 50% 할인행사하고 있어서 냉큼 집어 들었다. 오후에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하루에 두 개 이상의 메인이벤트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완벽한 조건의 날씨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해서 그라우스 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번엔 내가 아내보다 더 신이 나있다.
시내버스가 연결된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갈아타야 되는 줄은 몰랐다. 다운타운에서 케이블카 입구까지 직행으로 가는 버스는 주말에는 운행하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갈아타고 도착해 보니 집에서부터 약 1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그래도 뭐, 운전 스트레스, 주차 스트레스 없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케이블카로 달려가서 그 자리에서 탈 수 있었으니, 집에서 등산로까지 가는 시간은 운전을 했을 때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스키장 입구에는 벌써부터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하하 호호 새 눈을 즐기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주택문제와 의료시스템 문제를 겪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화 한 통이면 짜장면, 탕수육, 아귀찜 등 한국음식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면서, 이제 더 이상 밴쿠버를 다른 어떤 도시와 - 특히 서울과 - 번번이 비교를 하거나 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렇게 눈물 나게 아쉬운 것도 없고, 그렇게 심하게 어깨뽕이 들어갈 일도 없다. 그냥 밴쿠버는 밴쿠버, 서울은 서울일 뿐. 관광객으로 서울을 바라보는 것과 생활인으로서 서울에서 사는 것의 차이만큼이나 밴쿠버에서 사는 것도 각기 장단점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 - 눈 덮인 산 꼭대기로부터 파도 포말 작렬하는 바닷가까지 차로 30분 거리 - 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야이... 뭐, 이런 곳이 다 있냐..." 하는 감탄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어쩌면, 이젠 나 자신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조금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은 늙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국에 가서 살아도 내장산이나 지리산, 설악산 등을 다니면서 단풍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등산을 형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 하더라도,
밴쿠버 겨울이 길고, 어둡고, 축축하고,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그대. 지금 당장 겨울산으로 가 보시길.
** 덧, 2023 - 24 시즌 첫 눈산책 - 그라우스 산 눈산책 영상
당일 산행 스노슈잉을 위한 기초 정보
<장비>
방수 부츠 - 개인 필수 장비. 며칠간 장기 산행을 할 게 아니라면 고어텍스가 필요 없다. 그냥 방수만 잘되는 겨울 부츠면 충분. 연말 할인행사 때면 100불 내외로 괜찮은 걸 장만할 수 있지만, 발 뒤꿈치 쪽에 돌출부위가 있으면 크램폰이나 스노슈를 더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다.
두꺼운 양말, 여벌 양말 - 개인 필수 장비. 아무리 방수 부츠가 있다고 하더라도 양말은 항상 (땀으로라도) 젖을 수 있다는 걸 염두할 것
겨울 장갑 - 개인 선택 장비. 4~5시간 동안의 단시간 동안의 산행에서는 거의 필요하지 않다. 신나게 산을 오르다 보면 손에도 열이 오른다. 하지만 개인차에 따라서 일반 털장갑 정도는 필요할 수도 있고, 장시간 산행 후 휴식시간에는 보온성이 뛰어난 스키 장갑이 필요할 수도 있다
복장 - 개인 필수 장비. 베이스 레이어 (땀 흡수나 통기가 잘 되는 폴리에스테르 소재 내복 추천), 소프트셸 (통기가 잘되고 보온성 뛰어난 플리스 소재 추천. 요즘은 겉에는 생활방수 처리가 되어 있는 재킷을 많이 입는다), 하드셸 (방수가 가능한 가벼운 윈드 브레이커 종류), 패딩 (산행 시에는 덥거나 거추장스럽겠지만, 휴식시간 동안 땀이 식을 때는 반드시 필요한 의류. 등산 시에는 작게 접어서 백팩에 넣어 다닌다)
하이킹 스틱 - 개인 필수 장비. 오르막 내리막에서 사고 위험을 엄청나게 줄여준다. 그리고 산행 중 부상을 입었을 때에도 이만큼 의지가 되는 게 없다. 게다가 절벽 주변에 코니스 (Cornice 눈처마. 벼랑 끝에 처마 식으로 눈이 쌓인 상태. 매년 인명사고의 원인이 된다)가 있는지, 나무 주변에 트리웰 (Tree well 높은 나무에 눈이 덮였지만 실제로 그 아래는 뻥 뚫려있어서 지나가다가 빠질 수 있는 곳)의 유무를 하이킹 스틱으로 찔러서 미리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 파우더 눈 위를 걷는 스노슈잉에는 (폴이 빠지지 않도록) 파우더 바스켓이 따로 필요하니까, 구입 시 파우더 바스켓 설치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스노슈 - 현장에서 대여도 가능한 필수 장비. 평지나 호수 얼음 위로 다니는 스노슈잉에는 튜브 형태도 괜찮지만, 밴쿠버처럼 주로 겨울 산행으로 오르막 내리막 스노슈잉을 하는 경우 튜브 형태보다는 톱니 형태가 안정성이 더 뛰어나다.
마이크로 스파이크 (Micro Spike)- 개인 선택 장비. 한국에서 '아이젠'이라고 불리는 겨울 등산 장비. 북미에서는 '트랙션 디바이스 (Traction Device)', '크램폰(Crampon)'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 '마이크로 스파이크'라고 하면 알아듣는다. 휴대성이 좋고 스노슈에 비해 덜 거추장스러워서 초보자도 쉽게 쓸 수 있지만, 내린 지 오래되어 단단하게 다져진 눈에서만 쓸 수 있고 새로 쌓인 푹신한 눈에선 사용이 불가능하다.
각반 (Gaiters) - 개인 선택 장비. 깊게 쌓인 눈 위를 걸을 때에도, 단단하게 다져진 눈 위를 걸을 때에도, 걷다 보면 뒤로 눈이 튀기 마련이고 가끔은 부츠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부츠에서부터 종아리까지 완전히 덮을 수 있는 각반은 뽀송뽀송한 양말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식용 온수, 비상식량 - 개인 선택이지만 무진장 중요함. 정해진 길로만 다닌다면 그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온수는 무겁더라도 꼭 챙겨가자.
선글라스, 선크림 - 개인 필수 장비. (스키장만큼이나) 날씨 좋은 날 스노슈잉은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다
나침반, 지도, 비컨 (Beacon 응급 신호 발생기), 비상 호루라기, 체온 유지 은박지 - 단시간 스노슈잉에서는 개인 선택 장비. 장기 산행에서는 필수 장비. 비컨은 대여가 가능하다. 가능하면 쓰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이 모든 걸 담을 수 있는 백팩.
MEC의 체크리스트 참조 : https://www.mec.ca/en/explore/snowshoeing-checklist
<안전>
눈사태 : 보통 매년 2월~3월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고 눈이 녹기 시작하면 눈사태 (Avalanche) 위험성이 올라간다. 산행을 떠나기 전에 웹사이트에서 눈사태 경보를 확인하고 출발하자 https://www.avalanche.ca/en/map
트리웰 (Tree Well), 코니스 (Cornice) : 겨울 산행의 위험성은 자칫 잘 못하면 어디서든 아래로 쑥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리웰과 코니스는, 전술한 바대로, 전문 산악인들도 육안으로 구별하기가 힘들어 매년 사상자가 나오는 곳이다. 가능하면 나무와 벼랑 가까이 가지 말고, 가더라도 접근 전에 하이킹 스틱으로 미리 찔러보도록 한다.
복장 : 산 위의 날씨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 번거롭더라도 하드셸과 패딩은 꼭 백팩에 넣어두고 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