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보다 단행본, 단행본 뭐 살지 모를 때는?

[0-1세 말문이 트이는 그림책 읽기] 3_내가 산 단 하나의 전집

by 최최

편집장이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말이 있다. "책은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 하지만 요즘 만들어지는 전집들은 시간이 만들지 않는다. 몇십 권을 만드는데 길어야 1년도 걸리지 않는다. 내가 한창 일했던 5-6년 전에도 6개월에 몇십 권씩을 만들어 밀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집은 책이기 이전에 상품이기 때문이다. 단행본은 몇천 권 만들어서 그중에 하나가 대박이 나면 그간의 손해를 다 메꾸고도 남기 때문에 약간의 여유(?)가 있는 반면 전집은 그렇지 않다. 일단 처음에 만드는 비용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매년 그 비용만큼 팔아야 한다. 책 역시 팔아야만 굴러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전집보다 단행본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진데 무엇보다 전집은 매절계약이다. 단행본은 인세계약이고. 특 A급 작가가 어디에 더 공을 들일지는 안 봐도 뻔한 일.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작가들은 돈을 준 만큼 그린다. 그건 글작가도 마찬가지다. 단행본은 한 작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글과 그림이 보다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단행본이 좋은 건 알겠는데,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스테디셀러 줄 세우기를 추천한다. 방법은 쉽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연령별 스테디셀러를 클릭하면 된다. 그럼 순위별로 쭉 나온다. 그중에서 엄마의 취향에 따라(그림책은 '이중독자'를 가진 책) 표지나 제목이 맘에 드는 책을 골라서 사면된다. 영아책은 몇십 년 동안 순위가 변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그만큼 스테디셀러로 이름을 올리는 책들은 검증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대충 골라도 평타는 친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최고의 책을 찾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할 시간에 아이에게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어주는 게 훨씬 남는 장사다.


이쯤 되면 전집보다는 단행본이 끌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엄마도 어딘가 마음 한켠의 불안감은 떨쳐낼 수 없다(첫 아이라면 더더욱). 일단 책이 너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럴 땐 당근마켓에서 전집을 한 질 사서 꽂아두면 된다. 마음의 평화가 온다. 그다음 천천히 단행본을 하나씩 들이면 된다. 아니, 전집 별로라더니 왜 갑자기 전집 추천?


전집은 별로라고 생각하지만(특히 신제품일수록 별로...) 예전부터 한 질 정도는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한 전집이 있다. 이에는 계기가 있다.


예전에 교육기업에서 에디터로 일할 때다. 말도 안 되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름하여 <총판, 방판 전집 전수조사>다. 말 그대로 그 당시 대한민국에 나온 온갖 전집들을 모조리 조사하는 것이었다. 이름과 권수 및 특징만 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품질 등에 대한 평가까지 하는 어마무시한 작업이었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 아니, 토하면서 또 하겠지...(그렇다. 나는 시키면 하는 노예 직장인) 웃긴 건 아이를 키우면서 그 자료를 한번 찾아서 볼 법도 한데, 예전 회사 작업물을 모아놓은 외장하드 한번 열어보지 않았다. 왜냐고? 나는 영아 시기에 전집을 살 생각이 1도 없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암튼 꼬박 일주일 동안 눈을 빨갛게 물들이며 작업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세상에 참 쓸데없는 별의별 전집이 다 있다는 것과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이런 전집은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던 전집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자연관찰>이다. 돌 전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의 세계는 한정적이기 때문에(미디어를 보여줄 수도 없으니) 세상에 너 말고 다양한 개체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알려주려면 자연관찰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생태 감수성도 키울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은 자연(동물, 식물)을 좋아한다. 그럼 또 어떤 자연관찰 사야 하나? 생각이 들것이다. 자연관찰은 대부분 사진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책마다 편차가 별로 없다. 진짜 좋은 책도 진짜 별로인 책도 없다는 것. 그러니 당근 마켓에서 제일 가성비 좋은 제품을 고르면 된다. 참고로 나는 웅진의 <땅친구 물친구> 50여 권을 5천 원에 샀다. 이게 또 언제 나왔느냐에 따라 권수의 차이가 있는데 한두 권 빠졌다고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아이도 모든 책을 다 보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온라인 서점에서 스테디셀러 줄 세우기도 귀찮다 싶으면... <비룡소 아기그림책>, <창비 아기책>처럼 아기 그림책, 아기책이라는 시리즈명을 가진 단행본 출판사의 책들을 사면 된다. <시공주니어 말놀이 그림책> 같이 더 세분화되어 나오는 소전집 느낌의 책들도 있다.


그리고 당근에서 단행본 그림책을 뭉터기로 살 때면 꼭 한두 권이 집에 있는 책이랑 중복되기 마련이다. 이럴 때면 "제가 살게요!"라고 채팅을 보내려다가 순간 망설이게 되는데 그러지 마시라. 보다 보면 책이 찢어지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니 차라리 싼 가격이면 중복되는 책을 무시하고 사는 편이 훨씬 낫다. 우리 집에도 3-4권씩 있는 책들이 여러개 있다.




지금 우리는


엄마는 매일 등원 시간 간당간당 속 터져 죽겠는데

너는 다리까지 꼬고 앉아서 참으로 여유롭구나ㅠㅠ


겨우겨우 젤리로 꼬셔서 등원하는 길.

"책 한 권 더 읽고 싶었는데."라고 아쉬워하는 너.

이걸 웃어야 하니 울어야 하니.


하나 더, 전집과 시리즈는 다른데 단행본 회사에서 나온 시리즈들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비룡소의 그림동화>, 시공주니어의 <네버랜드 시리즈>, 웅진주니어의 <아이빛 세계그림책>들이 있다. 옛날 옛적 해적판이 판치던 사대가 저물고 저작권이 주목받기 시작할 즈음, 시공주니어와 비룡소에서 유명한 작가들이랑 계약을 다 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좋은 단행본이 많다. 뭐 이것도 다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당근 마켓에서 200권에 10만 원, 100권에 5만 원 안짝이면 사기 때문에 너무 혜자스러운 가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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