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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Jul 30. 2021

숲에서 와 숲으로 가는

2021년 4월 26일 (월) / 14일 차 (2)

 늦은 오후, 숲을 걸었다.  

 수천 년 파도에 닳고 닳은 해안 퇴적층에 비견될 만큼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지고 묵혀진 연로한 자갈 숲, 곶자왈!     


 우리네 인간은 숲에서 태어나 숲을 걸으며, 딛고,

 숲에 묻힌다.

 숲에서 와 숲으로 가는 인생인지라

 초록초록한 삶의 원천인 그 숲이 좋다!


 곶자왈 도립공원의 중간쯤에 5층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넓디넓은 곶자왈이

 눈 아래 펼쳐지고 저 멀리 아득한 한라산 정상과

 그 주변으로 듬성듬성 오른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는 용암이 만든 대지이지만,

 신이 내린 축복받은 땅이기도 하다.

 산과 바다, 풍부한 산해진미.

 그 안에서 나고 자란 도민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년 세월이 숨쉬는 <곶자왈>


 지음이가 우거진 숲길을 혼자 앞서 걷는다.

 이제 벌레 트라우마는 완전히 극복된 것 같다.

 커다란 거미가 나타나도, 꿈틀꿈틀 기어 다니는

 벌레를 봐도 무서워하지 않고

 만져보고 싶다며 용기를 냈다. 보람을 느꼈다.

 아이가 너무 기특했다.

 다섯 살 딸과 함께 걸어보는 숲.

 이젠 같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숲에서 태어나 숲을 딛고 숲에 묻힌다.

 숲에서 와 숲으로 가는 인생인지라

 그래서 초록초록한 삶의 원천,

 숲이 좋다!     

 벌레포비아를 극복하고

 숲길을 혼자 묵묵히 걸어가는

 아이가 기특했다.

 덕분에, 곶자왈을 품었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그저 부러웠다.












 오전 11시에 느지막이 나와 남동쪽 코스를

 달려보려다 급 남서쪽 코스로 선회한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오늘은 대자연의 매력!!

 산방산과 곶자왈을 품었다.

 아이들 저녁 식사만 아니면,

 일몰까지 안고 싶었지만

 늘 밥시간에 맞추는 스케줄이다 보니

 그게 늘상 아쉽기만 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누군가는 돈을 선호하고,

 누군가는 쾌락을 우선하며,

 누군가는 명예를 중시한다.

 멋진 차와 명품 가방, 최고급 호텔을 전전하며

 타인의 부러움을 의식하는 삶.

 많은 이들이 꿈꾸는 삶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이런 삶을 꿈꾸지 않았다.

 내게 벅찬 부는 오히려 불행을 부른다는 신념이 있다.       

 그렇다면 내 삶의 방식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내 가치대로 사는 삶.

 내가 주체가 돼 나의 시선대로 사는 삶.  

 그렇게 살다 보니 어쩌면 결혼생활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이 마흔에 가까워지니

 나름의 주관과 줏대는 점차 굳어지는 것 같다.        


 두 달 여간 쉬면서 일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내 일의 근본인 매체를 멀리하고 살았다.

 그저 기본적인 삼시세끼 먹고, 자고,

 아이를 보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나에 대한 많은 의식적인 부분들은

 놓으려고 노력했다.

 마음을 비우고, 뇌를 깨끗하게 하니

 오히려 정신건강이 좋아진 것 같다.

 어렵고 안 되는 일. 굳이 마음 써가며 걱정하기보다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우선순위에 맞게

 삶의 원칙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것.

 그런 게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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