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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거울 Aug 20. 2022

사랑 때문에 결혼을 선택했다면 당신은 낚인 것이다②

쇼펜하우어의 주장, 사랑에 빠지는 것은 치명적인 덫에 빠지는 것

  당신이 사랑에 빠졌다면 당신은 치명적인 덫에 빠진 것이다. 진화론자들은 사랑의 실체를 단지 아이를 생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남녀가 서로 느끼는 성적 매력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진화론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기에 앞서 지금부터 약 230여 년 전에 태어난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역시 진화론자들과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상당한 시차를 두고 철학자와 과학자가 같은 주장을 한 것을 보면 그들의 주장 자체가 일견 타당한듯하면서도 매우 흥미롭기까지 하다. 쇼펜하우어는 사랑이란 실체가 사실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생식을 하도록 자연이 쳐 놓은 덫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사랑이 노리는 것은 다름 아닌 다음 세대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랑이란 종족 유지의 본능이며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표에 이르기 위해 온갖 마법이 다 동원되는 무의식적 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 사랑이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사랑이 종족 번식을 위해 우리의 자의식이 작동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자의식은 종족 본능의 굴레 안에 존재하며 이 의지는 강박적으로 생식이라는 핵심적인 목표를 향해 나간다.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결국 사랑의 자유란 속임수이며, 사랑의 운명이란 기만이며, 사랑에 빠지는 것은 치명적인 덫에 빠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한다고 착각에 빠진 두 남녀는 그 속임수 같은 사랑이란 이름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을 당하기 때문이다.      

  염세주의 철학자답게 쇼펜하우어는 사랑이란 악마가 만든 장치라는 주장을 한다. 사랑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게 하고,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디게 만드는 계략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견딜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독자 여러분들이 짐작한 대로 물론 결혼생활이다. 아이 돌보기, 뒤늦게 알게 되는 배우자의 추함, 바람기, 신경질적인 배우자들의 공격 등등, 인간에게 지옥과 악마가 공존하는 결혼 생활이 가능한 이유는 결국 이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의 기만과 속임수 때문이라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주장이다. 서로 낯설고 위협적인 두 개의 성을 가진 인간들이 번식을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장치가 필요한데 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자인 뤼시뱅상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서로를 경계하는 거리감과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한 불신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처럼 근본적으로 남녀는 서로 경계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가까워지기 힘든 존재이다. 그런데 바로 이 둘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자연의 신비가 바로 사랑의 실체라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주장이다. 서로 적대적인 거리감을 갖고 있는 남녀 간에 생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황홀감이 동반되는 어떤 끌림이 있어야 하는데 사랑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자연의 술책이라는 것이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전기가 찌릿찌릿 통하는 사랑, 하늘을 둥둥 날아다닐 것 같은 황홀경에 빠지는 그런 느낌과 기분이 모두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종족 번식을 위해 자연계가 우리에게 깔아 놓은 덫이라면 참 허탈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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