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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사줌마 Jul 20. 2024

중년 2. 심청이 콤플렉스

내가 선택한 경로의 오류

심청이도 이제는 늙어 안경을 쓰고 에구구를 달고  기력이 없다.


 어린 시절, 언제부터일까? 

헤아리기도 가물가물한  시절부터 심청은 부모를 무척 위했다. 

6.25 때 피난 내려온 모(母)는 착한 마음뿐인 부(父)를 만나 장손 며느리로 10년을 넘게 무자식으로 살고 

그 후 어렵사리 낳은 자식이 하필 두 딸이었다. 첫 딸이야 부담없이 살림밑천이라 둘러치면 되었지만 

두 번 째 딸은 더이상 자식이 없던 부모에겐 인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인의 증거품이었다. 

그 까닭에 비논리적 구실의 구박은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가해졌다.

그런 둘 째 심청은 그녀 자신을 보호하듯 부모를 친가 세상에서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여기고 말았다. 


세월은 흘러 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모에 대한 심청의 집착은 모를 행복하게 하고 그녀 자신을 뿌듯하게 했다. 

그렇게 또 20년이 흘러 심청이도 늙어가던 어느 날, 

심청은 돌연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가?' 

......

어느 날, 심청은 

자신의 효에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중년의 나이에 선 대부분의 삶에는 

양 어깨에 부모와 자식을 얹어 꽤나 무거운 삶을 고민한다. 

중년인 자신은 자식이면서 부모이다. 그 모습은 양쪽 어깨와 중첩된다. 

중년인 심청은 자신이 누려야 할 삶의 종류 중에서 대부분을 자식으로의 역할로만 존재했다. 

내 이야기다. 

그러니 얼마나 아쉬운 것들이 많았겠는가!

나를 위로해야 할 때 부모를 위로하고 나에게 써야 할 시간들을 부모에게 쏟고 살았으니 얼마나 나의 젊은 시절이 그립겠는가!

시대가 만들고 가족이 실천하고 그리고 내가 다시 답습한 효녀 심청을 서서히 벗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을 때  죄책감이 밀려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심청이 콤플렉스는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알을 브럿치로 멀게 했듯 자신이 결단하고 아플만큼 아픈 후 서서히 해답이 찾아온다. 

그 해답은 만국민의 공용이 될 수 없다. 

딱 자신만의 해답이다. 세상에 선과 악이 아닌 자신의 해답.


토마스 S. 쿤은 현재 패러다임에 해답이 있을 것으로 여기는 우물 안 개구리 과정을 정상과학의 시대라 정하고 그러다 스스로 오류를 찾아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동하는 과학 구조를 혁명적으로 제시했다. 

나의 효 또한 혁명적 구조를 맞이했다. 

세상은 달라지고 나도 달라진다. 

모든 것에 그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중년의 심청은 그저 중년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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