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걸어서 퇴근한 지 2주 차다.
하루 7천 발걸음은 보장되니 딱 좋은 산책길에 한 걸음 한 걸음 직장을 떨쳐내며 열심히 걷는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초등학교 4, 5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50대 아저씨를 스치며 지나갔다. 살짝 옷깃만 스쳐서 아이는 모르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그 아이를 불렀는데 아이가 못 듣고 가니
"야야! 너! 너! 이리 와봐!"라고 큰 소리를 쳤다.
나는 걸음을 느리게 걸으며 신경 안 쓰는 척 아저씨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를 혼내면 당장 달려갈 작정이었다.
아저씨 앞으로 잔뜩 긴장한 표정의 아이가 왔다.
아저씨는 허리를 숙이고 아이의 어깨를 양 손으로 잡았다.
나는 걸음을 급히 돌려 아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순간 아저씨의 말을 들었다.
"아저씨가 배달 일을 하거든?
그런데 너 같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너무너무 위험해.
이렇게 주차돼 있는 차가 많으면, 코너를 이렇게 크으게 돌아야 해.
차 안에 사람이 타고 있을 수도 있어.
그때 차가 움직이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어.
자, 다시 저리로 가서 이쪽으로 크으게 돌아와 봐."
아저씨는 아이가 걱정이 되어서 자전거 연수까지 시키며
아이가 체득하도록 가르쳐 주었다.
순간 무척 감사하고 죄송했고 뭉클했다.
타인의 행동을 앞뒤도 모르고 오해했던 게 미안했고,
사고가 날 뻔 한 어린이에게 별 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지나쳐 온 게 부끄러웠다.
바로 옆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 두 개를 사서 아이와 아저씨에게 전해 주었다.
아이는 이제 자전거를 타고 갈 때 훨씬 더 유념할 것이고 영리하게 운전할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별 것이 아니다.
관심과 배려이고, 여유와 다정함이다.
퇴근길에 만난 스쳐 지나간 사람들 덕분에
따뜻한 마음으로 감사히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