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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Kim Oct 24. 2021

대한민국 공교육에게 고한다

'주요'교과와 '주변'교과, 그 기준에 대하여

회사에서 일했을 땐 미술, 디자인이 최고로 중요한 분야였다. 패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으니 당연히 예술과 패션, 디자인 산업 분야가 가장 큰 이슈였다.



상품기획실, 사업지원팀, 영업기획부, 홍보-마케팅부, 생산팀, 경리팀, 재무-회계, 법무, 인사팀 등 회사의 많은 부서들 중 가장 영향력이 있는 핵심부서는 상품기획실이다. 상품기획실심장은 디자인실이다. 상품 MD(머천다이징)팀은 디자인실에 밀착해 협조 지원을 한다. 디자이너들은 일개 평사원이어도 회장님과 대면한 회의에 참석하고 중간 보고를 한다. 회장 비서실에서 호출전화도 많이 오고 디자이너는 회장 앞에서 1:1로 목소리를 낸다.



디자인이 '주요' 핵심이었던 세계에 있다가

학교라는 세계로 오니 신분이 바뀐 것 같다. 

공교육에서는 암묵적으로 견고한 계급이 존재한다. 

학교 내에서는 국영수에 대한 인식, 아니 우위가 가장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학생, 학부모들도 국영수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고 있고, 국영수 교사들의 목소리는 아무래도 힘이 실린다. 교사들이 블랙코메디로 종종 하는 "교사는 학교 내에서 불가촉천민이다."라는 말에서도 미술 교사는 가장 아래에 포지셔닝 되어 있다. 그 마저도 음악 아래이다.

내 전공은 그대로인데 회사를 다녔을 땐 가장 주요 신분이었다가 학교로 오니 천민이 된 것 같다.



학교 내에서나 교과 계급이 있지

사회로 나가면 어느 교과든 메인이다. 

전자, 기계, 생산에서는 기술 전공이 주요이고, 식품회사에서는 가정 전공이 주요이고,

디자인팀에서는 디자인 전공이 주요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미술 전공이 주요,

음악컨텐츠 회사에서는 음악 전공,

스포츠 분야에서는 체육 전공이 메인이다.



이 당연한 이치 속에

유독 학교에서만 '비주류 주변 교과'가 있다.

사회에서는 전공 교과에 따른 우열이나 서열, 계급이 없다.

오직 중고등학교 내에서만 존재한다.




최소 10년은 버텨보자 생각했다. 

20년 이상 근무해야 받을 수 있었던 연금은 10년 이상 근무해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물론 20년 이상 근무했을 때의 연금보다 말도 안되게 갸냘프다.



요즘은 매일같이 생각한다. 내가 과연 학교라는 이 사회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가장 큰 변수는 물론 최악의 학생과 학부모다. 그들만 없다면 학교는 천국일 것이다. 그 정도 되면 교과들 사이에서도 메인과 서브의 구분과 위계는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예술이야말로 인간 삶에 있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위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존엄한 교과가 비주류로 등한시 되는 이 학교라는 판옵티콘 속에서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지키고, 내 교과의 자존심을 지키며 얼마간을 더 갈 수 있을까를 착잡하게 고민한다.



사회에서 디자인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우리는 같은 물건이라도 당연히 아름다운 것을 선택한다. 그것의 이론과 소비심리,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안목과 시각적 문해력, 미적 감수성을 기르고 배우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학교와 관련된 사람들만이 "미술은 해서 뭐해?"라는 마음을 품는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미적분, 삼각함수 풀 일이 있는 줄 아니? 더하기 빼기도 계산기가 다 해주는데 수학은 뭐하러 배워?"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다면 하나같이 대변할 것이다. 수학은 계산을 하려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능력을 훈련해서 전두엽을 개발시키는 과정이며 수학적 사고를 통해 비판적 논리와 합리적 이성을 갖추고 어쩌고 저쩌고 말이다. 대한민국, 아니 대한민국 교육계는, 아니 대한민국 학교와 학부모는 국영수에 대해서는 모두가 대변인이고 정당성을 설파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핀란드, 스페인 등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의 학교에서는 예술, 체육 교과에서의 성취에 대해 중요하게 판단한다. 프랑스의 대학입시인 바칼로레아 논술이 있는 날이면 우리나라 수능날처럼 모든 국민들이 긴장과 기대를 한다. 논술문제로 출제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느라 온 나라가 들썩일 정도이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 분야의 논술시험에는 예술과 철학이 진하게 녹아 있다.



우리 사회가 경직된 데는 대학입시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학업 과중 부담을 줄여주는 추세이고, 선택과목이 도입되고 그마저도 사회/과학 구분없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예술교과의 입지를 끌어올리는 건 현재로도, 앞으로도 불가능해 보인다. 수업시수를 늘리거나 시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아니다.



가장 바뀌어야 하는 건 미술교사 자신이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교사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

학교는 교사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단 한 발짝도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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