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수 없는 세상 이야기 1
키 작은 주인은 짧은 인사도 없이
작고 굽은 등으로 씁쓸히 떠나고
획이 굵은 활자만 벌겋게 달아올라
누렇게 바랜 깃발을 맥없이 들고
차갑게 비워진 공간에 남겨졌다.
이제 시간은 밤으로 흐르지 않고
계절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빛과 소리가 사라진 홀에는
먼지를 덮고 누운 테이블 아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주었던 시름과
아직 일어서지 못한
바람이 차지 않던 계절의 기억들이
어색히 의자에 둘러앉아
말없이 술잔을 주고받는다.
손끝이 시리게 문 닫은 가게 앞에서
사람들은 걱정스레 잠시 멈추고
겨울밤 살풍경을 보다가
그저 아는 이의 부음을 전해 들은 듯
이내 무겁게 가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