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부터 SNS에서 인천 개항로가 핫 하다. SNS에서 개항로를 검색하면 근 현대건물 앞에서 한껏 포즈를 취한 MZ세대와 거친 손글씨로 ‘개항로’라 쓰인 맥주, 감각적인 골목 풍경이 나온다.
90년대 초반부터 급격히 쇠퇴하며 낡고 오래된 건물만 많았던 개항로가 이렇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인천 출신 문화기획자 친구들이 개항로의 매력을 알아보고 하나둘 모여 재미난 작당을 시작하면서부터다. 2018년 이비인후과 건물을 개조한 카페 브라운 핸즈 개항로가 들어서며, 차례로 개항로 통닭, 일광 전구 라이트하우스 등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건물에 젊은 기획자들이 숨을 불어넣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인천엔 양극화된 숙박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영종도와 송도에 위치한 대형 호텔 근처에만 머물거나, 월미도 인근의 저렴한 모텔에만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 많다. 친구, 가족단위의 여행객에겐 맞지 않는 숙박 형태가 대부분이라 하루 이틀 인천에 머물면서 진득하게 인천을 여행하고 가는 이들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한창 힙해진 개항로 여행은 하루로는 부족하다. 근현대 역사가 곳곳에 남아있는 골목을 거닐고, 현대적인 느낌의 카페도 방문하고, 40년 이상 된 노포에서 술 한잔 기울이려면 꼭 하루쯤 머물렀다 가는 걸 추천한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15개의 팀이 모여 있으며 40여 개의 노포와 관계를 맺고 있어 50개 이상의 지역 콘텐츠로 탄탄하게 엮여 있다. 개항로 프로젝트의 이창길 대표는 이런 점이 아쉬웠다. 개항로에 오래됐지만 이야기를 간직한 빈 건물들이 마을 호텔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Stay in Local’이라는 타이틀로 개항로에서 또 다른 여행의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단지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호텔 자체가 인천 여행의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해보는 공간이다.
“스치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이 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더 도움이 됩니다.
지역에 비어있는 유휴공간을 활용해서
30~40 곳의 객실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는 첫 번째 개항 호텔을 준비하며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개항로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차츰 개항 호텔의 객실을 늘려갈 계획이다. 공간이 비 전형적이기 때문에 전부 다른 매력과 이야기를 품은 마을 호텔은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호텔의 과거는 일본식 가옥 일수도, 한때 번성했던 가게였거나, 누군가의 집이었을 수도 있다. 개항로의 추억을 품은 호텔에서 머물고, 개항로를 좀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미식투어와 로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