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보세

대부분의 성취는 오래 버틴 사람의 것이다

by 데브 마인드

예전에 황당한 경험이 하나 있었다.


야근을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TV에서 뉴스 인터뷰가 나오고 있었다. 폭설로 인삼밭이 무너져 농사를 망치게 됐다는 어느 농부의 이야기였다.


식당 안에는 우리 회사 사람들을 포함해 퇴근길 직장인들이 많았다. 화면 속 농부의 초라한 차림과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며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아이고, 저걸 어쩌나…”

“올 농사 다 망쳤나 보네.”


다들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내가 아는 동네 얘기라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생각과 사실은 조금 달랐다.

그 농부는 수백억대 자산가였다. 인삼은 지역 특산품이라 국가 보상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때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니나 잘하세요.’


앞날과 노후가 더 불투명한 사람들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는 사람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종종 겉모습만 보고 타인의 형편을 짐작한다.


지방의 한 시장에서 쪼글쪼글한 할머니가 채소를 팔고 계셨다. 허리를 거의 펴지 못한 채 작은 좌판 위에 채소 몇 단을 올려놓고 하루 종일 앉아 계셨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며 물건을 많이 사주곤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할머니는 그 시장 건물의 건물주였다. 가게 세도 받고 있었고, 장사도 꽤 잘되는 편이었다.


겉모습만 보고는 사람의 형편을 알 수 없는 법이다.


반대로 어떤 할머니는 정말 가난했다.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 자기 땅도 아닌 빈 땅에 깻잎을 심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여름이면 땡볕을 그대로 견디며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그 깻잎 장사로 사남매를 모두 키워냈다. 자식들은 공부를 시켜 결국 미국 유학까지 보냈다고 한다.


지금은 다들 잘 살고 계시지만, 그 세월의 고단함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인삼밭 농부도, 시장의 할머니들도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해오셨다. 억척스럽게 버티고 고군분투하며 그 자리까지 올라갔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고달픔을 이겨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내 직업으로는 꿈꾸지도 못할 일을 수십 년 동안 묵묵히 해낸 것이다. 그 시간 끝에 건물을 사고, 자산을 만들고, 자식들을 키워냈다.


사람들은 흔히 결과만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취는 아주 긴 시간의 수고 위에 만들어진다.


요즘은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남들처럼 보이기 위해 돈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나도 가끔 부럽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월급만으로는 당연히 안 된다.


그 월급을 어떻게 쓸지, 어떻게 굴릴지, 무엇을 공부할지 고민해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쉽게 대체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수고를 천하게 여기지 말자.

수고를 저주하지 말자.


그 수고를 받아들이고, 그 끝에 열리는 열매를 따 먹어 보자.


그 열매를 먹을 때쯤이면 청춘은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곁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 열매를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삶처럼 세상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다들 그렇게 살지 않는다.


아직 힘이 남아 있다면 더 수고하자.


나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수고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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