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던지
어떤 일을 진행할 때 군소리 없이 넘어가는 경우는 딱 하나다.
듣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그 일이 합리적일 때다.
그래서 일을 진행하는 사람은 늘 이유를 찾아야 한다.
아니면 만들어야 한다.
왜 이게 맞는지, 왜 지금 해야 하는지, 왜 다른 선택보다 나은지.
성향이 다른 사람들까지도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최선이라고.
이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한 명이라도 납득하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각오해야 한다.
쓴소리가 붙고, 반대가 붙고, 작은 빈틈도 크게 보인다.
물론 찍어 눌러서 진행시킬 수 있다.
직급으로, 권한으로, 분위기로.
그런데 그건 한두 번이다.
그렇게 밀어붙인 일은 작은 실수 하나에도 공격받는다.
조금이라도 결과가 흔들리면 바로 말이 나온다.
거봐, 무리였잖아.
심지어 잘돼도 끝이 아니다.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저렇게 갔으면 더 나았을 텐데.
사람들은 속으로 꼭 그런 생각을 한다.
그렇게 다음 일은 마이너스 점수에서 시작한다.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리더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어렵다.
일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사람을 납득시키는 자리다.
그런데 가끔은 꼭 합리적이지 않은 일도 이상하리만큼 잘 굴러갈 때가 있다.
상대가 나를 신뢰할 때다.
잘 모르겠지만, 저 사람이 하는 거니까 한번 가보자.
논리가 아니라 믿음으로 따라오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런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수많은 합리적인 설명이 있었고,
그 설명대로 결과를 만들어낸 시간들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합리성은 필요하다.
부정할 수 없다.
합리성은 사람을 설득한다.
신뢰를 쌓게 한다.
일을 굴러가게 만든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합리적인 사고는 잘해봐야 현상 유지다.
지금 있는 걸 지키는 데는 탁월하다.
왜냐하면 합리적이라는 말은 결국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데이터로 현재를 판단하고,
현재의 논리로 미래를 재단한다.
그러니 결론도 늘 비슷하다.
지금 이 정도면 됐다.
굳이 왜?
그건 너무 무리수야.
맞는 말이다.
대체로 옳다.
그런데 그 말만 따라가면 새로워질 수는 없다.
망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지는 못한다.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의 시작은 원래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전에 없던 걸 만들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말한다.
굳이 그걸 왜 써.
누군가가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내놓으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게 되겠어?
누군가가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하면 또 말한다.
너무 무리수 아니냐고.
합리적인 사람들의 말은 늘 옳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그렇다.
하지만 세상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비합리적으로 꿈꾼 사람들이 바꿔왔다.
합리적인 사고는 지도를 잘 읽는 것이다.
비전을 보는 사고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는 것이다.
지도를 잘 읽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는 닿지 못한다.
그렇다고 늘 꿈만 꾸며 살 수는 없다.
항상 비합리적일 수도 없다.
현실은 돌아가야 하고,
일은 굴러가야 하고,
책임은 져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건 둘 중 하나를 버리는 태도가 아니다.
대부분의 합리적인 생각 위에,
꿈을 한 스푼 얹는 일이다.
그 한 스푼이 방향을 바꾼다.
그 한 스푼이 현상 유지를 넘게 만든다.
그 한 스푼이 결국 새로운 곳에 닿게 만든다.
결국 선택이다.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현상을 유지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대부분은 합리적으로 판단하되,
결정적인 순간에는 꿈을 얹고 앞으로 나갈 것인가.
합리적인 삶을 택하면 욕은 덜 먹는다.
설명하기 쉽고, 방어하기 쉽고, 실패해도 변명하기 쉽다.
비합리적인 꿈을 택하면 처음엔 욕을 먹는다.
무모하다는 말도 듣고, 위험하다는 말도 듣고,
쓸데없는 짓 한다는 말도 듣는다.
그런데 결국 그게 된 순간 사람들은 또 말한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원래 사람은 결과가 나온 뒤에야 쉽게 편에 선다.
그래서 부제가 그렇게 살던지다.
합리적으로만 살고 싶으면 그렇게 살던지.
나는 합리 위에 꿈을 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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