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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교회수련회

태국 방콕

by 져니박 Jyeoni Park

빡총, 라용, 짠타부리까지. 태국 동남부를 돌고 새벽부터 방콕행 버스에 올랐다. 방콕에 있을 때 가던 한인교회 청년부 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 교회에 나간 횟수는 서너 번. 나는 운이 좋게도 어느 날 그곳 청년부에서 기획한 길거리 구제 활동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방콕 시내를 돌아다니며 길 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현금이 담긴 봉투를 전해주고 그들의 위해 기도하는 일이었는데, 활동을 마치고 모인 자리에서 수련회 이야기를 듣게 됐다.

"지연 청년도 갈 수 있어요?"

언제 또 해외에서 교회 수련회를 해보겠는가. 나는 그러한 생각에 2주가량 동남부를 떠돌다 다시 방콕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잠도 얼마 못 자고 정신은 몽롱한데, 버스 뒷자리는 디스코 팡팡처럼 거세게 튀어 오르기를 반복했다. 창밖에선 밝은 아침 햇살이 떠오르고 있던 날이었다.


시간 맞춰 교회에 들어가니 내 모습을 본 청년들이 놀라워했다. 여행한다고 말로만 그랬지 실제로 배낭이니 각종 짐을 모두 매고 들어선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들과 매우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나 몇 번 와봤다고 기분이 익숙하고 편안했다. 나는 짐을 다시 간소히 꾸렸고 모두들 점심을 먹으러 쇼핑몰로 출발했다.

방콕 쇼핑몰 한 층에는 대부분 꼭 푸드코트가 있었다. 카운터에서 얼마치의 금액으로 카드를 충전하고 그것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걸 고르는 형식이었다. 우리는 흩어져 각자 음식을 들고 모였다. 그때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으나 옆에 앉은 태국에서 나고 자란 오빠와의 대화 덕에 잠시 태국의 문화를 깊이 알 수 있었다.


수련회 장소인 리조트까지 어쩌다 트럭 화물칸에 앉아 가게 되었다. 오늘날 한국에선 보기 드문 일이지만 아직까지 태국에선 그러한 일이 흔한 듯했다. 여담이지만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는데 어느 트럭에선 해먹을 매달아 남자 둘이 그 위에 누워가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그렇게 나와 강도사님, 그리고 여러 청년들을 실은 트럭은 쇼핑몰 주차장을 빠져나와 리조트로 향했다.


리조트는 생각 이상으로 넓고 쾌적했다. 수영장도 딸려 있었다. 새벽같이 방콕에 온 탓에 마음 같아선 그냥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자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모든 일정에 즐거이 참여했다. 수영장에서 한바탕 물놀이를 하고 들어와 저녁을 차렸다. 강도사님 아내분이 해주신 제육볶음에, 김치, 그리고 후식으로 인절미 빙수까지. 나는 잠깐씩 이곳이 방콕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했다.


밥상을 접고 프로그램은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처음엔 가벼운 게임으로 분위기를 풀고 둥그렇게 모여 앉아 예배를 시작했다. 기타 반주에 맞춰 다 같이 찬양하며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강도사님이 어떻게 이곳까지 오시게 되었는지 간증도 들었다. 강도사님 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태국 방콕에 오게 된 이유는 다양했다. 가족 때문에, 유학으로, 사업으로, 그리고 여행으로. 모두 다양한 계기였지만 같은 날 하나님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 보냈던 시간들이 내겐 우연스럽지 않았고, 뜻깊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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