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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이를 건져야 할 시간』

무너진 건 점수나 성적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이었다.

by 두유진

조카는 고3이다.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첫 고비를 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그 아이가 뭔가를 건너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 들여다볼 새도 없이 ‘수험생이니까’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덮어둔 채, 그저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노력은 했고 열심히는 했는데,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결과가 뒤따르지 않자 실망이 찾아왔고, 부모의 실망은 조카의 마음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언니와의 대화 속에서 가장 자주 들은 말은 “다 해봤다”였다. “다 알고 있다”, “이건 다 겪어봤다”는 말. 그런데 그 말이 이상하리만치 막연하게 들렸다. 정말 ‘다 해봤다’는 건 어떤 걸까? 언니가 말하는 대부분은 조카가 현재 보여주는 ‘현상’에 불과했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문제를 몇 개밖에 풀지 않는다, 집중력이 약하다, 공부량이 부족하다. 그런 지적들은 현실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아이의 내면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조카는 엄마와의 대화를 차단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이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교사로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왔지만, 정작 내 조카에겐 그동안 멀리서 응원만 하고 있었다는 게 미안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MTLC 학습역량 진단도구를 들고 언니 집으로 향했다.


조카는 과외를 마친 후였다. 다소 지친 얼굴이었지만, “이모 왔다”는 말에 애써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나는 조카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이모도 공부를 오래 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공부하고 있어. 그런데 진짜 힘든 건 그냥 열심히만 하는 거야.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앞이 안 보일 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길이 안 나와. 열 개를 해도 하나도 얻지 못하면 지치고, 포기하고 싶어 져. 하지만 똑같은 열의 노력으로 어떤 아이는 열 개를 얻기도 해. 그 차이는 ‘전략’이야. 무작정 열심히만 하는 건 이제 그만. 지금은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해.”


그렇게 진단지를 건네고, 조카에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주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내 마음은 설렘과 우려가 뒤섞여 있었다. MTLC 학습역량 자격증을 취득하고 마스터과정까지 공부하고 있지만, 가까운 가족에게 이렇게 깊이 있는 진단을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결과가 나왔다. 조카의 역량 그래프는 생각보다 더 극단적이었다. 언니는 평소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이게 어떻게 이렇게 나와? 내가 예상했던 결과야…”


언니는 조카의 기억력과 메타인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진단 결과 역시 그것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충격은 따로 있었다. 모든 역량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고, 특히 사회·정서 역량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엄마의 실망과 무언의 포기감이 조카에게 그대로 전이되고 있었던 것이다. 조카는 누구보다 목표지향적인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힘조차 없었다. 회복탄력성은 극도로 낮았고, 관계 회복 정서 역시 무기력했다.


무너진 건 점수나 성적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이었다.


조카는 말은 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엄마는 나를 포기했어”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회복탄력성이 바닥일수록 관계 속 인정은 결정적이다. 하지만 그게 무너지고 나니, 아이는 그 누구의 손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엄마의 기대, 실망, 그리고 그 실망에 대한 무언의 책임감이 조카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언니 앞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얘, 지금 너무 외로워. 계속 싸우고 있어. 안 보이니까 그냥 괜찮은 줄 알았지. 근데, 지금 이 아이는 안 괜찮아. 꺼내줘야 해. 지금 아니면, 정말 늦어.”


언니의 궁금증은 그다음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그래, 그 질문이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건 ‘더 이상 실망하지 않기’가 아니라, ‘이제부터 어떻게 도울 것인가’이다. 그래서 나는 MTLC 학습역량 액션플랜 프로그램을 소개하려고 한다. 단순히 진단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전략과 훈련, 맞춤형 루틴을 통해 실제로 아이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MTLC학습역량전문가카페에는 수많은 실제 성공사례들이 올라와 있다. 아이의 ‘잠재력’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으로 열릴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말한다.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안다.”

하지만 때때로, 그 ‘잘 안다’는 말이 아이를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축구를 잘하고 싶다고 말한 아이에게 “왜 못하니?”라고 다그치기 전에, 축구를 할 수 있게 체력과 기술을 키워줘야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왜 못하냐고 묻기 전에,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공부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부모는 그 전문가를 신뢰하고, 무엇보다 아이와의 ‘건강한 관계’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성적은 다시 오를 수 있지만,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늘 밝고 착한 우리 조카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기를 바란다. 공부하나로 존재의 존엄함이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

혼자서 무너져가는 그 시간, 누군가는 반드시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 손이, 바로 지금 우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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