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학습역량 코칭 이야기
“선생님, 우리 아이는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요?”
학부모 상담 자리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답을 찾고 싶은 절실함이 묻어나는 말이죠.
저도 교직 초반에는 이런 질문 앞에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교과 내용만 가르치면 되는 줄 알았던 교사 생활은, 금세 ‘아이를 이해하는 일’이 절반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성적표, 시험지에 찍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 뒤에 있는 아이의 삶’이었습니다.
몇 해 전, 저는 제 수업을 열심히 따라오는 것 같으면서도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집중 시간은 짧고, 작은 실수에도 쉽게 무너졌습니다.
책상 위에는 색색의 포스트잇과 필기도구가 있지만, 정작 공부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문제는 ‘의지’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배움의 방식과 자기 관리력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수업만으로는 이를 세밀하게 진단하고 맞춤 지원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MTLC 학습역량 코칭 전문가 자격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습역량 코칭은 단순한 성적 향상 지도가 아닙니다.
인지(배우는 힘), 동기(하고자 하는 힘), 사회정서(함께하는 힘), 행동(실천하는 힘) 네 가지 영역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균형 있게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배우며, 아이의 ‘문제 행동’이 아니라 ‘발달 과제’를 보게 되었습니다.
자격을 취득한 후 첫 학부모 상담에서, 저는 예전과 다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한 어머니가 찾아오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해요. 숙제는 미루고, 좋아하는 게임만 하죠.”
예전 같으면 ‘습관을 잡아야 한다’는 말부터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먼저 아이의 학습역량 검사 결과를 함께 보았습니다.
인지 영역: 기초 지식은 충분하지만 문제 해결 전략이 단순함
동기 영역: 내적 동기보다는 외적 보상에 반응
사회정서 영역: 친구와 협력은 잘하지만 자기감정 조절에 어려움
행동 영역: 계획은 세우지만 실행 지속력이 낮음
이 자료를 토대로 저는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모습이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아이의 강점도 숨어 있어요.
흥미를 기반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짧게 성취할 수 있는 과제를 주면 실행력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게임을 좋아한다면, 게임처럼 미션을 주고 완료를 시각화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어머니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는 상담에서, 가능성을 찾아주는 상담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학습역량 코칭의 장점은 교사인 저에게도 큽니다.
예전에는 수업 시간의 참여 태도나 과제 제출 여부 같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의존해 학생을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의 학습 과정 속 데이터를 토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학생은 인지 영역이 강하지만 동기 영역이 낮으니, 과제의 목적을 먼저 알려줘야 한다.”
“사회정서 역량이 약한 아이는 조별 활동보다 개인 활동에서 성취감을 주는 게 낫다.”
이런 맞춤형 피드백이 가능해진 것이죠.
무엇보다 학부모 상담 때 “그냥 열심히 하세요”라는 추상적 조언 대신,
“이번 달은 실행 지속력 향상을 위해 주 3회 학습 루틴을 만들고, 다음 상담에서 점검합시다”처럼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아이들을 1대 1 코칭을 할 수 없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대단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
저는 상담 때마다 이렇게 말합니다.
“부모님, 아이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속도와 방법이 다를 뿐이에요.”
학습역량 코칭은 그 속도와 방법을 찾아주는 ‘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길을 헤매던 아이와 부모에게, “이 방향으로 가면 돼요”라고 말해줄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것이죠.
방법을 알려주면 길이 보입니다.
저는 공부 시간을 짧게 나누고, 매 시간마다 성취를 기록하게 했습니다.
두 달 뒤, 아이는 “저도 할 수 있네요”라는 말을 처음 했습니다.
그 순간, 교사인 저도 뿌듯했고, 부모님은 감사해했죠.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큽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아이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도록 돕는 사람’이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학습역량 코칭은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또 하나의 눈을 제게 주었습니다.
학부모 상담은 때로 긴장되고, 때로 마음이 아픈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의 성장을 위한 팀’이 될 때, 교육은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저는 그 순간들을 위해 오늘도 아이들의 학습역량을 살피고,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합니다.
결국, 학습역량 코칭 자격을 취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그리고 부모와 더 깊이 공감하며 같은 방향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교실에서, 상담실에서, 가정에서
우리가 함께 보는 아이의 미래는 다르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