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를 도울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공부를 잘하는 아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카페 한쪽에서 두 분 학부모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 분은 연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고, 다른 한 분은 결국 과외를 붙여 개념을 정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
엄마와 아들이 문제 하나하나를 같이 풀면서 있었던 황당한 심정을 속사포로 풀어놓기 시작했다.
애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계셨다. 문제 풀다가 정신 나가면 이렇게 푼다. 정신 완전히 나갔다.
그 대화를 들으며 나 역시 부모님들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느꼈다.
아이에게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은 적지 않은데, 돌아오는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부모의 마음은 불안과 답답함으로 가득 차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문제를 한 문제 한 문제 붙잡고 원인을 찾는 미시적 접근만으로는 아이의 공부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풀이보다 더 중요한 것
부모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개념만 알면 다 풀 수 있어.”
맞는 말이지만, 아이에게 던지는 방식이 문제일 때가 많다.
개념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문제풀이만 반복한다면 아이는 금세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왜 못해?”
“도대체 뭐 한 거야?”
이런 말들이 쏟아질수록 아이는 부모의 실망감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자기 자신을 더 작게 느끼게 된다.
결국 아이는 공부 자체를 피하고 싶어진다.
공부의 내용보다 부모의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어떻게 자라나는가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많이 맞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짜 공부 잘하는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자기만의 학습 리듬을 만들어가는 아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를 도울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개념을 자기 언어로 정리하게 하기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외워라”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단순 암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아이에게 이렇게 부탁해 보면 좋다.
• “오늘 배운 걸 엄마(아빠)한테 설명해 줄래?”
• “이 내용을 그림이나 표로 그려볼래?”
설명할 수 있다는 건 곧 이해했다는 뜻이다. 아이가 자기 언어로 정리할 때 비로소 개념이 자기 것이 된다.
문제를 맞히는 것보다 ‘틀린 이유’를 찾게 하기
틀린 문제를 보며 부모는 곧바로 원인을 분석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건 부모의 분석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다.
“이 문제를 틀린 이유가 뭘까?”
“다시 푼다면 어떤 부분을 먼저 확인해야 할까?”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단순히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키워간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하기
공부는 마라톤인데, 부모는 종종 단거리처럼 몰아붙인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벌써 고학년인데 아직도 이걸 몰라?”
이 말은 아이에게 좌절감을 준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작은 성공의 반복이다.
오늘은 20문제가 아니라 5문제라도 개념을 이해하고 풀어낸 경험,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하나를 제대로 정리한 경험.
이 작은 성취들이 쌓일 때, 아이는 공부를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부모의 조급함을 내려놓기
어려운 말이지만 내려놓아야 그다음이 보인다.
부모의 조급함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시간은 흐르고 시험은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조급함이 곧바로 아이에게 전해지면, 공부는 더 이상 학습이 아니라 압박이 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이다.
때로는 “괜찮아, 개념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한마디가 아이를 살린다.
공부는 뇌와 마음이 함께 자라는 과정
공부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결하느냐의 과정이다. 기존 지식이 옷걸이라면 거기에 계속 옷을 걸어놓는 일이다. 흘러내리면 다시 제대로 걸어야 한다.
아이의 뇌는 아직 성장 중이고, 마음도 여전히 흔들린다.
그래서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공부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는 일이다.
학습코치로서 부모님께 전하고 싶은 말
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개념을 자기 말로 정리할 줄 알고, 틀린 이유를 스스로 분석하며, 작은 성공을 반복해 쌓아 가는 아이다.
유투버들도 특정 분야에 대해 계속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는 것과 같다.
부모의 조급한 마음이 아이의 성장을 앞당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조급함이 아이의 자기 효능감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이렇게 말해주면 어떨까.
“오늘은 몇 문제를 맞혔는지가 아니라, 네가 뭘 새롭게 이해했는지가 더 궁금해.”
그 말이 아이의 공부 태도를 바꾸는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정리해 보면, 공부를 잘하는 법은 문제풀이 양에 있지 않다.
• 개념을 자기 언어로 정리하는 것,
• 틀린 이유를 스스로 찾는 것,
• 작은 성공을 반복하는 것,
• 부모의 조급함을 내려놓는 것.
이 네 가지가 아이를 공부 잘하는 아이로 자라게 한다.
지금 받은 점수가
평생의 점수가 아님을
또..(어렵지만) 다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