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 서울, 예술이 우리에게 남긴 세 가지 질문

그림을 본다는 것, 산다는 것, 소장한다는 것 | 2025 서울에서

by 두유진

2025년의 서울은 유난히 빛났다. 가을의 공기 속에서, 두 개의 큰 울림이 동시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오랜 시간 한국 미술 시장을 지탱해온 KIAF,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예술의 무대를 서울로 불러온 Frieze Seoul.

HkjtBgjRXXZJefbHbEoXmd-1280-80.jpg

Lisson, Frieze Seoul 2024

Image credit: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of Frieze and Lets Studio.


두 전시는 나란히 열리며,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예술을 본다는 것, 산다는 것, 그리고 소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림을 본다는 일 — 마음 깊은 곳에서의 울림

작품 앞에 서면, 우리는 종종 말없이 멈춘다.
붓질 하나, 색채 하나가 나를 오래 붙잡을 때가 있다.
그 순간 그림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나와 대화하는 또 하나의 존재가 된다.

올해 키아프의 주제는 ‘공진(Resonance)’. 하나의 울림이 또 다른 울림을 불러오는 현상.
낯선 그림이 내 안의 오래된 기억과 공명하고, 잠들어 있던 감정이 깨어나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본다’는 행위의 진짜 힘일지 모른다.

프리즈 서울은 그 경험을 더욱 확장했다.
단순히 눈으로만 바라보는 감상이 아니라, 영화와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예술과 함께 숨 쉬고, 듣고, 느끼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보다’는 일은 결국 내 삶을 다시 돌아보는 거울이 되었다.


그림을 산다는 일 — 예술과 생태계에 참여하는 선택

그림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소유의 문제가 아니다.
한 점의 작품을 구입한다는 건, 그 작가의 시간을, 그가 지나온 감정을 함께 품는 일이다.

2025 키아프 현장에서는 수억 원대의 거장 작품이 거래되었고, 동시에 신진 작가들의 작품도 활발히 손바뀜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컬렉터들이 등장했고, 이는 한국 미술 시장이 더 넓고 깊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예술을 산다는 것은 결국 생태계에 동참하는 일이다.
작가의 다음 작업을 가능하게 하고, 한국 미술이 세계 무대에서 더 오래 숨 쉬도록 돕는 일.
그림을 산다는 건 취향을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라, 문화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참여였다.


그림을 소장한다는 일 — 삶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작품을 집 안에 들여놓는 순간, 그것은 장식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이 된다.
아침 햇살 아래 비친 모습과 저녁의 고요 속에서 만난 모습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매일 같은 자리에 걸려 있지만, 늘 다른 이야기를 건네준다.

예술을 소장한다는 건 곧 삶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림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 감정과 변주하고, 나의 기쁨과 슬픔에 공명한다.
그래서 소장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삶을 함께 이어가는 울림이다.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다는 것의 의미

키아프와 프리즈가 함께 열린 2025년의 서울은 특별했다.
서울은 단순히 미술을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예술의 담론을 만들어가는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프리즈는 세계의 갤러리와 작가들을 불러오고, 키아프는 한국 미술의 뿌리와 시장을 보여주었다.
두 전시가 서로 다른 결을 지녔지만, 나란히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큰 울림을 완성했다.

‘프리즈 마스터스’에서는 역사를 조명했고, ‘포커스 아시아’에서는 신진 작가들의 가능성이 드러났다.
그리고 한국 미술의 위상을 이야기하는 토크 프로그램은,
서울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세계 예술의 중심에 서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예술이 축제가 될 때

프리즈 기간에 열린 ‘Paradise Art Night’은 미술을 축제로 확장시켰다.
파리 발레 스타들의 무대와 수천 점의 아트 컬렉션이 어우러진 그 밤,
예술은 단순히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경험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전시는 이제 더 이상 조용히 작품만 바라보는 공간이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며, 삶 전체를 흔드는 축제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화면 캡처 2025-09-10 134402.jpg

mage credit: Maria Helena Buckley


우리에게 남은 질문

서울에서의 이 경험은 결국 우리에게 세 가지 질문을 남긴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내 안의 울림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그림을 산다는 것은, 예술 생태계에 기꺼이 참여하는 선택이 아닐까?

그림을 소장한다는 것은, 예술을 일상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답은 각자의 삶에서 다르게 이어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미술은 삶을 비추고, 사회를 움직이며, 문화를 이어준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감각과 마음의 교류이고,
그림을 산다는 것은 예술의 내일을 지지하는 일이며,
그림을 소장한다는 것은 삶 속에서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2025년 가을,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열린 서울은 그 모든 의미를 압축해 보여주었다.


서울은 이제 단순한 전시의 도시가 아니라, 세계 미술 담론을 만들어가는 문화의 무대로 빛나고 있다.

keyword
이전 29화<허스토리(Her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