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안된다는걸 알지만
그날 밤, 방 안은 조용했지만 내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다가 결국 휴대폰을 들었다.
그의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정말 줬던 게 맞나싶게 덤덤한 번호였다.
<오픈채팅 관련해서 연락은 안오셨죠?>
어떤 핑계거리를 찾을까 고민하고, 또 한참 망설이다 결국 보냈다. 찌찔하지만.
보내고 나니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길게 느껴졌다.
새 메시지 알림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이름은 뜨지 않았다.
그는, 답장할까.
아니면 이 번호는 가짜번호일까.
그렇게 문자를 보낸 후 일주일 동안 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의외로 연락이 온 건 다른 사람이였다.
아직도 드문드문 기억이 나는 그날은 금요일 밤이였다.
오후 11시쯤이였을까.
전남자친구인 B로부터 전화가 왔다.
‘뭐지?’
처음에는 놀라서 받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대를 봐서 술먹고 쑈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기에.
이별 사유도 술취한 B의 가벼운 행동 때문이여서 그런지. 술먹고 전화하는 모양새라 더욱 받기 싫었다. 그나마 있던 정도 다 떨어졌다.
게다가 B와 헤어진 지 불과 몇 주 되지 않았지만, 이별의 슬픔 따위 잘생긴 오픈채팅남자 때문인지 잊어버린 상황이였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또 다시 휴대폰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전남자친구인 B의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됐었지만, 오픈채팅에서 만났던 남자가 일주일간 답이 없었기도 해서 결국 심심하기도 했고 전화를 받게 됐다.
“...”
막상 전화를 받았지만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5분 정도 지났을까.
“왜 전화한거야?”
답답했던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뭔데?”
다소 까칠하게 말했다. 하하호호할 사이는 아니고 그저 전남친일 뿐이니까. 만만해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미안해”
밤 늦은 시간의 전화. 술 주정일 확률이 높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목적은 역시나 재회였다. 어쩌면 그는 순수하게 나와의 이별 후 힘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또는 다른 여자에게 찝적대다 실패해 나한테 연락한 걸 수도 있다.
다시 만나자는 말은 만날 사람이 B밖에 없었다면 쉽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인이 된 내게 남자를 만날 방법은 많다. 미팅, 소개팅. 하다못해 오픈채팅이나 모임도 있는데 굳이 그런꼴도 봤는데 받아줘야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오픈채팅에서 만났던 그 남자가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던터라 지금은 그저 피곤하고, 지루하고, 텅 빈 시간 속에 던져진 찌꺼기 같았다.
“차단할게.”
나는 약간의 허세를 더해 얘기했다. 살면서 한 번쯤 차단하겠다고 얘기해보고 싶었다. 나만의 작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기 때문에.
“아니, 진짜 미안해. 그날은 진짜… 내가 너무 취해서…”
“B야.”
그를 이름으로 불렀다. 차갑고 단호하게.
“자꾸 그런말 할거면, 그냥 끊고 차단할게.”
작게 엿먹였다! 나름 통쾌하기도 했다. 그때의 울분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나, 너한테 줄 게 있어..”
‘?’
찌질하지만, 솔직히 줄 게 있다길래 궁금했다. 그래도 선물인데 일단 성의를 생각해 받아야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만 줘도 될까?”
부끄럽지만, 나의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그래 알겠어”
“내일 연락할게”
그리고 다음날, B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엿먹은건 나였다.
B가 카톡 프사에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이다.
ㅡ다음화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