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주말이다. 주말의 가장 좋은 점은 아침에 빈둥거리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눈을 떴어도 바로 일어나지 않고 천장을 한참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꼬리를 힘껏 세우고 다가오는 고양이를 쓰다듬을 수 있다는 것,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딸의 숨소리를 가만히 들을 수 있다는 것,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반갑기만 하다. 오늘은 하루가 무척 빡세다. 불면증이 있으면 아무리 오랜 시간 누워있어도 중간중간에 깨어있는 시간들이 있어서 기상해도 개운하지 않고 피곤하다. 그래서 일정 시작 전에 나름대로 이른 쪽잠을 시도한다. 아이와 소파에 누워 서로 꼭 껴안고 아이는 티비를 보고 나는 잠을 청한다. 일어났지만 다시 잠에 든다.
점심에 맞춰 아이와 결혼식에 왔다. 대학교 때 함께 기독교사역을 했던 동생의 결혼식이었는데 나 자신이 또래 중에 기독교문화에서, 젊은 나이에 이혼한 드문 케이스라 공적인 자리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민감한 나라서 나를 향해 인사하는 지인들의 표정하나하나를 깊이 관찰하는 습관도 문제였다. 조심스러운 태도, 걱정하는 표정, 반가운 마음, 궁금한 마음 등이 느껴졌다. 깊은 만남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가볍게 안부를 묻는 자리가 성향상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런 자리에 갈 수 있는 건 결혼식의 주인공을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를 잘 불러서 늘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축가를 담당했던 동생이 자신의 결혼식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진득한 노래가사를 신부에게 불러주는 모습을 보며 서로가 하나 되는 시간들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결혼식은 언제 봐도 참 감동이다. 결혼생활의 희로애락을 많이 겪은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결혼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우리’의 처음을 기억하며 초심을 찾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결혼식은 힘겹고 위험한 부부로의 여정에 이정표와 같은 일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서론 없이 서로 일상의 본론을 바로 꺼낼 수 있는 친한 동생과 카페도 갔다. 연애하고 있고, 결혼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느끼는 동생의 진솔한 나눔이 와닿았다. 예상 가능한 여러 위험을 알고서도 그럼에도 걸어가 보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것, 살아내 보겠다는 다짐에 응원을 보냈다.
오후에는 편한 옷으로 환복을 하고 친한 지인 부부와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 봄에 가보고 올해 들어 두 번째 직관 경기였다. 2:1로 아쉽게 졌지만, 경기장의 열기와 아슬아슬한 장면들은 나에게 도파민을 넘치게 가져다주었다. 페널티킥으로 상대편이 골대를 향해 골을 때리는데 우리 팀 골키퍼가 그걸 막았던 부분은 마치 우리가 골을 넣은 것처럼 신나고 짜릿했다. 평소 잔잔한 일상에 목청껏 소리 지르는 일이 없는데 응원의 열기는 내 목청을 힘껏 열어졎혔고, 나는 합법적으로 누군가를 향해 열심히 샤우팅을 했다. 심박수가 최대를 찍었다. 상대편이 시간 끌기 수법으로 하도 넘어지니 우리 팀 선수 한 명이 넘어져있는 상대선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빵 터졌다. ‘어서 일어나 그 정도 부딪힘 아니야.’라는 단호한 태도를 행동으로 보여준 기분이 들었다. 아쉽게 졌지만 졌잘싸를 외치며 경기장 밖을 나왔다. 이전에 경기 보러 갔을 때 주차를 힘겹게 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야심 차게 택시를 타고 갔는데 웬걸... 경기가 끝나고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카카오택시를 불러도 계속 거절당함의 연속이었다. 하는 수 없이 경기장 근처를 걸어 우연히 만난 백반집에서 쌈밥을 먹었다. 즉흥이 익숙한 P들 부부와는 일정을 갑자기 바꿔도 스트레스를 안 받아해서 맘이 편했다. 다행히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있어서 타고 갈 수 있었다. 그 늦은 시간까지 경기장 주변을 배회하는 축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보니 웃픈 마음이 들었다. 배회하는 이들이 꽤 많구나.. 생각에 동지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집에 오니 아이는 거의 기절직전이었다. 서로 껴안고 잠을 잤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교사’라는 역할과 학교 일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주말을 바쁘게 보내며 학교가 아닌 독립된 일상을 오롯이 보내서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