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2마리를 보냈습니다

싱글맘의 하루

by 소화록

싱글맘의 하루 시리즈를 시즌2로 이어 연재한다.


고양이 4마리 중 2마리를 보호소에 보내기로 했다. 입양이 안 되더라도 안락사하지 않고 평생 케어를 해주는 전국단위 업체에 방문상담을 가서 보내고 왔다. 고양이 2마리를 보내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다. 아이의 눈물과 반대에 한번 뜻을 굽혔던 적도 있었고, 날마다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고양이를 케어하느라 짜증이 솟을 때도 있었다. 직장 일로 여러 달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니 나와 딸에게 집중하는 것만으로 버거운 날들의 연속일 때, 주변 지인으로부터 이 업체를 알게 됐다. 듣자마자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이별을 감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고 싶었다. 딸을 포함해 식솔을 다섯을 책임질 여유가 내겐 없었다. 그래서 출발했다. 왕복 세 시간 거리의 그곳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스러움을 넘어 자녀를 육아하듯 그들과의 정서교류와 실질적인 육아를 감당할 마음으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이혼을 준비했을 시기에 마음이 텅 비어버린 과거의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기어코 고양이 4마리를 다 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코숏, 먼치킨, 브리티쉬, 삼색 고양이 이렇게 4종을 키우면서 나와 맞는 성향의 고양이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부분을 좀 더 알아보고 키웠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우선 코숏은 대부분 수컷이 많고 굉장히 활발하고 사교적이며 질투도 많다. 사고뭉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는 손님을 격하게 반기느라 뛰어들어서 ‘날라차기’라는 별명을 얻었더랬다. 그리고 잔소리도 굉장히 심하다. 끈기 있게 요구사항을 들어줄 때까지 항의도 잘한다. 가끔 내가 개를 키우는 것은 아닐까 헷갈릴 정도다. 식탐도 무지 많은데 자기 거 다 먹고 다른 아이들 밥그릇을 뺏어 먹기도 한다. 코숏의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키울 만하다. 애교도 많다. 정말 자식을 키우는 기분이다. 나의 경우에는 몸과 마음이 힘드니 제일 버거웠던 종이 코숏이었다. 그리고 먼치킨은 다리가 짧고 겁이 많다. 작은 소리에도 흠칫 놀라고 뒤꽁무니를 뺀다. 하지만 순하고 사람을 굉장히 좋아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적응 기간을 거친 후에는 조용히 다가와 잔뜩 애교 부리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이번에 코숏과 함께 보낸 먼치킨은 장묘였는데 똥꼬 쪽에 있는 긴 털로 인해 변을 보고 털에 그대로 뭉개져서 똥덩어리를 질질 끄시고 다녀서 청소에 애를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장면이 버진로드도 아니고 똥로드라면 어떻겠는가. 장묘를 키운다는 건 이런 것이다. 결국 나는 면도기를 사서 매달 깎아주게 되었고 아이를 붙잡고 달래면서 면도하는 것은 나에게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는 일이었다. 가장 마음이 아팠지만 보낼 수밖에 없었던 먼치킨이었다.


평생 가족으로 데리고 살 2마리는 브리티쉬와 삼색 고양이다. 브리티쉬 역시 엄청난 개냥이이고 항상 내 머리맡에서 골골대며 함께 잠드는 나의 소울메이트이다. 집에서 내가 가는 곳 어디나 졸졸 따라다니고 자신한테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야옹 울면서 멀리서 레이저도 쏘는, 개. 냥. 이. 이 친구는 언젠가 나이가 들어 이 세상을 떠날 때 내가 굉장히 슬퍼할 것 같은 친구다. 애정이 많이 들었다. 나와 참 잘 맞는 고양이다. 마지막으로 삼색 고양이는 고양이 그 자체다. 밀당이 몸에 배어있으며, 자길 쓰다듬으라고 다가오면서도 내가 손을 올리면 저리 가버리는, 쉽게 곁을 주지 않는 고양이다. 처음 키우기 시작한 후로 나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거진 1년이 걸렸다. 내 손을 많이 타지 않고 알아서 잘 지낸다. 우리 집에서 새로운 사람이 오는 것을 불편해하는 유일한 고양이이다. 치근대는 정도가 적어 인간 고양이인 나의 성향과 잘 맞는다. 각자의 독립적인 시간들을 존중하고 있다.


코숏과 먼치킨 아이들을 보호소에 보내는데 3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누군가는 무슨 고양이를 보내는데 그만큼의 돈을 썼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이들을 거두어 키우겠다는 결심에 대한 책임이자, 이들을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유기할 수 없는 나의 최소한의 양심으로 인해 돈이 좀 들더라도 사람 손을 탄 이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더 오래 키워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뿐이다. 멀리 아이들을 맡기고 돌아오는 길에 딸은 낮잠을 자며 꿈속에서 코숏과 먼치킨 아이들을 만났다고 한다. 꿈에서 뭐 했냐 물으니 그 아이들과 자신과 엄마 이렇게 넷이서 생일파티를 했다고 했다. 그래서 자면서 피식피식 웃었었구나. 아이들이 더 좋은 곳으로 간다고, 그렇게 좋은 시간으로 기억돼서 다행이다. 겁쟁이 먼치킨이 걱정이다. 세심한 분께 입양될 수 있도록 신경 써달라고 했는데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사람과의 큰 이별을 겪은 후에 오랜만에 정들었던 존재들과의 이별을 겪었다. 속이 시원함과 그리움 그 사이 어딘가 머물고 있는 나의 마음을 바라본다. 워낙 빨빨거리던 녀석들이어서 빈자리가 많이 느껴진다. 천천히 추스르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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