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대학원 시험도 끝났겠다 모처럼의 해방감을 느끼며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드라마를 왕창 보고 있다. 그리고 그간 나의 힘듦에 함께 마음 써온 지인들과 평일 점심에 카페를 갈 수 있는 여유도 누리고 있다. 전자금융사기에 대해 얼추 일은 마무리되었는지 물어오는 지인들을 향해 잠시나마 과거의 일들을 소환해서 답을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나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지인들마다 위로하는 방식이나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겉은 조언형이지만 누구보다 나를 애정하는 마음으로 긴 톡을 보낸 지인도 있고, 우리 언니 겨울옷 하나 해 입히고 싶다고 내 취향에 맞는 옷을 주문해 주는 현실형 지인도 있다. 이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웃으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정말 감사하다.
딸은 내가 한참 불안해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쉬가 마렵다고 화장실을 가며 덩달아 심리적 불안을 느꼈는데 요즘은 많이 괜찮아졌다. 타인과의 접촉은 어린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나를 비추는 ’ 거울‘ 역할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마음 상태를 타인의 반응을 통해 알기도 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자유공부시간을 가지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학문은 어떤 쪽인지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싶다. 이 공부는 기한도 없고 과제나 의무가 아니므로 내가 끌릴 때 할 수 있는 공부다. 오직 나의 호기심이 발동될 때만 책 앞으로 가는 시간들, 얼마나 느리고 재밌는 시간인지 모른다.
2년 전 이혼을 준비할 때 요가를 했던 곳의 요가 선생님과 온라인 명상으로 느슨하게 연결 중이다. 최근에는 근 몇 년 만에 만나 커피 한잔도 했다. 계속된 관계가 신기하다. 아무리 이어지려고 해도 떠나가는 관계가 있는 데 있는 힘껏 끌어당기지 않아도 계속 연결됨을 느끼는 관계도 있다. 요즘은 이 요가선생님이 크리야요가‘야마’라는 명상수행을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신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참여 중이다. 아쉬탕가 요가에서 말하는 수행 10단계 중 1단계를 총 10주간 삶에서 알아차리는 명상수행이다. 이번 주는 아힘사, 즉 타인과 나에게 폭력과 고통을 가했던 일들을 알아차리는 중이다. 나를 살피고 사랑하는 과정이 필연적이라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은 아이 어린이집에서 가족 체육대회를 한다. 고민하다가 아이를 위해 전남편한테 연락해서 꼭 참석해 달라고 했는데 온단다. 근데 거기에 더해서 체육대회 전 잠깐 대화 좀 하자고 연락이 왔다. 너와 내가 만나서 할 말이 뭐가 있냐 따져 묻고 싶지만 참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꼭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몸이 긴장 중이다. 여차하면 말 끊고 들어가야지.
바쁘게 흘러갈 다음 주에 앞서 숨 고르는 시간이다. 너무 먼 미래도 당장 어제의 일도 크게 염두하지 않고 현재에만 충실하게 집중하여 나도 모르게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아끼고 싶다. 또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