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대놓고 혼자보단 차라리 깊은 둘의 관계가 더 좋은 내향인 엄마. 축구 경기 보러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딸과 둘이 갈 엄두는 못 냈던 얼마전이었다. 같이 갈 수 있는 지인을 찾았었는데, 그 사이 용기가 조금 더 생겼는지 최근에는 딸이랑 둘이 경기를 보러가기도 했다. 어제도 딸이랑 전북현대 축구 경기를 보러 가려고 했었는데, 마침 아이 고모한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나는 혼자만의 재충전이 너무나도 필요했고, 전남편보다 더 아이를 많이 보러오는 그의 여동생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아이를 기쁘게 아이 고모한테 보내고 고민을 했다. ‘혼자라도 경기를 보러갈까?’ 보러 가고싶다..! 짜릿한 그 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생각이 ‘혼자 무슨 재미로 가나’ 생각을 눌렀다. 초록색 응원봉도, 전북현대 유니폼도 없지만(아직은!) 그래도 승리를 응원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주차를 위해 2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아쉬운건 경기장 내에 카페같은 곳이 따로 없어서 어디 혼자 마땅히 있을 곳이 없다는 것... 몸도 안좋고 날도 추워서 차에서 책 읽다가 한 숨 잤다. 그리고 경기 시작 30분 전에 길을 나섰다.
전북현대 경기는 티켓팅도 치열하다. 그래도 나름 원하는 자리 2순위는 선점했다. 오늘도 주차한 곳과 정반대인 내 좌석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스마트 티켓 확인 하는 줄이 예상보다 길어서 오늘 조기우승식을 올리는 날이라 사람들이 많이 왔구나, 싶었다. 자리에 앉으니 대형 플랜카드를 만들기 위한 색카드 하나가 있었다. 옆자리를 보니 전부 다 색카드가 좌석에 깔려있었다. 경기장에서 누군가는 일찍 이 자리에 와서 몇 만 자리를 글자나 모양에 맞춰 색카드를 깔았을 것을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유독 전북현대 응원석 자리가 꽉찼다. 10번째 우승을 축하하는 숫자 10과 별 모양의 응원복이 할로윈 파티를 연상케할 정도로 코스튬이 엄청났다. 큰 깃발부터 작은 깃발도 수백개가 보였다. 장관이었다. 녹색 물결이 나를 흥분하게 했다. 같이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뻘쭘하다. 하지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면서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봤다.
3:1로 전북현대가 이기기까지 전반전과 후반전이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선수들이 응원석에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박수로 화답하며 응원하는 모습, 심판에 대한 불만을 ‘정신차려 심판!’ 외치며 표현하는 모습, 상대 선수의 반칙에 너도나도 색카드 중 노랑카드를 들어 옐로우카드를 외쳐대는 우리들의 모습, 상대 팬들이 응원하면 ‘우~’ 하면서 화답(?)하는 모습, 상대편의 핸드볼 vr 판독 요청 후 인정으로 한 골을 내줘야 했던 상황, 그리고 이어서 또 다른 핸드볼 vr 판독 요청 후 상대선수의 핸드볼이 판정되서 우리 선수가 바로 골을 넣었던 상황, 이승우 선수가 골을 넣은 뒤 코너킥 깃발에 자신의 유니폼을 꽂아 전북현대 팬들 좌석을 누비며 흥분했던 모습, 3골을 넣으니 뒤돌아서 오오렐레를 외치던 모습(더이상 안봐도 된다는 의미 ㅋ), K리그 우승식 때 선수들 일부가 머리에 초록색 스프레이를 뿌려서 녹색 전사를 표현한 모습까지.. 뭐 하나 드라마가 아닌 것이 없었다. 우리는 모두 한 마음으로 경기를 공유하고 희노애락을 함께했다. 골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며 서있다가도, 경기 종료를 앞두고 도무지 자리에 앉을 수가 없어서 모두가 서서 관람했던 시간들까지, 안갔으면 큰일났겠다 싶을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 정말 내년에는 시즌권 끊고 유니폼 하나 사야하나?’ 싶은 마음이었다. 혼자 직관, 혼직관은 성공적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울리는 팬들의 응원가는 없던 애국심까지 불러일으켰다. 이혼 후에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마음 가는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그 지경을 넓혀가는 느낌이 든다. 타인을 먼저 신경쓰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 나에게 다 기회를 주고 싶다. 또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아직은 좀 더 혼자 이고도 싶다. 양가감정이다. 전북현대 선수들 너무 멋졌다. 내년이 기대가 된다. 그땐 좀 더 팬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응원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