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사의 교실 밖에서 읽은 책들(2)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5.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은행나무)

이토록 현실적인 연애를 그린 책이 또 있나 싶다. 우리는 '낭만적 연애' 후 결혼을 사랑의 완성으로 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책이다. 중요한 것은 '그 후의 일상'이다. 우리는 결혼, 그 후의 일상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린다. 너도 나도 꺼려하는 결혼 생활을 여과 없이 알랭 드 보통 특유의 분석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책이다. 결혼할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 왕추천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무릎을 탁 쳤다. 딱 내 얘기이고 딱 너의 얘기다. 그러니 열린 마음으로 힘껏 읽어보자. 결혼의 현실에 대해 모르고 환상기를 겪는 것보다 알고 시작하는 것이 훨씬 좋다. 나는 진지한 만남을 하고 있는 친한 동생에게 이 책을 추천했다. 동생은 대학교 때 이 책을 이미 읽었는데, '결혼 생활이 이렇게나 끔찍하다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끔찍하다. 하지만 한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래서 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6. 등을 쓰다듬는 사람 (김지연 지음, 1984 BOOKS)

1984 BOOKS는 내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다. 그래서 여기서 책을 내면 관심 있게 살펴보는 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세계관이 보이면서 그 작가의 책을 주르륵 읽어보게 되기도 하고, 이런 책을 발행한 출판사에 관심이 가서 해당 출판사의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렇게 나의 지경이 넓어지는 것이 독서의 또 다른 묘미이다. 이 책은 에세이 중에서도 진득하고 통찰적이며 뭉클한 책이다. 작가님이 쓴 문장들은 등을 쓰다듬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삶의 과정도 같다.

작은 걸음을 옮기듯 매일을 살아내다 보면 상상하지 못한 곳까지 도착한다.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진실이 눈앞에 드러난다.

그렇게 훌쩍 먼 곳에 도착하고 나면 삶에서 만나게 될 또 다른 반복에도 용기가 생긴다.

다시 나의 자리를 지키며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다.

이렇게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동시에 다시금 우리를 살게 하는 바로 그 자리에, 당신의 중력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곁에 머무는 다정,

등을 쓰다듬는 애틋함,

기꺼이 기다리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마음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웠다."


"삶의 어떤 경험들은 우리를 사정없이 관통한다.

아프게 가슴을 찌르는 것을 견디고,

온몸을 후벼 파는 것들을 온전히 받아낸 뒤에도

여전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면,

좌절이나 상처까지도, 삶의 유일함을 만드는 마디나 옹이가 된다."





7.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수업 (미치 앨봄 지음, 살림)

두 번 정독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죽음을 앞둔 이와의 대화는 늘 그렇듯 우리에게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알게 한다. 모리교수님은 제자인 미치 앨봄(지은이)과 죽기 전 14번의 만남을 가지고 미치 앨봄은 그 모든 것을 대화 형식으로 기록한다. 모리교수님은 죽음을 슬퍼함으로 맞이하지 않고 생의 자연스러운 시간 중 하나로 꽤나 유쾌하게 맞이한다.


"사랑을 나눠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미치,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어.

다시 말하면, 일단 죽는 법을 배우게 되면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네."


"우리는 이기적인 것들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어.

경력, 가족, 또 주택 융자금을 갚아 낼 돈은 충분한가.

... 우린 그냥 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해 수만 가지 사소한 일들에 휩싸여 살아.

그래서 한발 뒤로 물러서서 우리의 삶을 관조하며

'이게 다인가? 이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건가? 뭔가 빠진 건 없나?'

하고 돌아보는 습관을 갖지 못하지."





8. 부모는 관객이다 - 불완전해서 더 완벽한 괴짜 육아법 (박혜윤 지음, 책소유)

박혜윤 작가님은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님이다. 이분의 책은 대부분 읽었다. 사고방식이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하다. 작가님은 고유성이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분이 하는 육아 역시 일반적이지 않다. 오늘날 유행과 불안함에 쫓겨 '이런 육아를 해야 한다.'에 조금이라도 피로한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어딘가 마음 한켠이 시원해지는 책이다.


"노력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만 즉흥의 자연스러움에 도달할 수 있다.

힘을 빼면서 집중하기, 그렇게 관찰하기,

말하자면 아이를 위해 뭐라도 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을 견뎌내는 것이다.

불안은 당장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수용하고 더 인내해야겠다는 신호인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 편하게 저절로 돈을 쓰고 싶게 만들어져 있어서

우리가 소비의 모방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게 되어 있어요.

반면 돈을 쓰지 않고 느끼는 경험은 적극적으로,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찾아내지 않으면 절대 우리의 관심 영역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하나의 정해진 행복과 정답을 찾지 않아도, 나만의 이유로 불행한 것이 나는 좋다.

그래서 우리의 글과 그림을 보면서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 그리고 한 가족이 각자 자신들만의 방식을 찾아낸다면

그것이 설령 불행이라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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