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우리 반에는 진영이(가명)라는 발달 장애를 가진 특수 아이가 있다. 진영이는 국어, 수학 시간에는 개별반에 가고 그 외 통합시간에는 1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입학하기 전에 사전조사 중 아이가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다는 것, 볼일을 보고 옷을 추켜올리는 손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들었다. 3월, 1학년 교실에서의 진영이는 교실을 돌아다니지 않고 의자에 의젓하게 앉아있었다. 가위질과 색칠하는 부분은 4~5살 아이 수준으로 서투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수업 시간에 대변을 참다가 바지에 싸서 소란이 있기도 했다.
특수 아이를 통합 학교에 보내는 보호자님들은 대부분 아이가 일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연습이 잘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보낸다. 하지만 실상은 일반 아이들이 장애 이해도가 얼마큼 되는지, 장애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에 따라 반의 모습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우리 반의 경우는 안타깝게도 다름에 대한 혐오와 불신, 이기심이 많은 일반 아이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진영이의 교육화에 앞서 일반 아이들의 장애 이해도와 혐오하는 태도를 줄이는 것에서 많은 교육이 필요했다. 진영이가 가까이 다가만 와도 저리 가라고 소리 지르는 아이, 친구의 의자를 대신 정리해 주면 내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밀어버리는 아이, 진영이를 시켜서 다른 친구에게 가서 소리 지르고 오라며 진영이를 조종하는 아이, 진영이 피하기 게임 등... 이런 아이들을 지도하며 몸서리치게 속상하고 화가 나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이들은 특수 아이를 왜 이렇게 대하는 걸까? 몸이 약한 아이를 타깃으로 삼고 괴롭히는 것은 본능인 걸까? 아니면 장애 아이를 접하지 못한 환경에서 기인한 걸까? 사랑이 필요한 애정 결핍의 아이들이 많아서 다른 사람을 향한 역지사지의 마음까지는 무리인 걸까? 수많은 질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교사인 내가 한계를 느끼며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지점에 머무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진영이만 도와줘요? 나도 도와달란 말이에요!'
'야. 쟤는 아프대. 선생님, 나도 지금 (감기로) 아픈데 왜 나는 안 도와줘요?'
'야. 저리 가라고. 붙어있지 좀 마.'
'아이씨. 또 얘랑 짝꿍이네.'
언제까지고 충격만 먹고 있을 수는 없다. 마음속에 전에 없던 사명감이 생긴다. 이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아닌가. 혐오와 차별의 시선에 맞서 전의를 불태우자고 마음을 다 잡는다. 당장 바뀔 순 없어도 천천히 해보자. 매일 읽어주는 그림책 1권이 이제는 장애 이해와 학교 폭력 예방 관련 도서로 이루어진다. 양보와 배려의 행동은 지나치지 않고 꼭 공개 칭찬을 해주며, 무의식적으로 뱉은 심한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기 위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백정연 작가님이 쓴 책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에는 사회복지사로, 척수장애를 가진 남편의 아내로 살면서 직접 경험한 차별적인 사회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제도와 환경이 얼마나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이루어졌는지 낱낱이 고발한다. 기술이 발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기술을 발전시키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책을 읽고 또 한 번 다시 읽으며 국어, 수학이 교과서가 될 것이 아니라 이런 책이 교과서가 되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들지만 나부터 먼저 교실 안에서 작은 물결을 일으켜 파장을 내보자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래려고 한다.
살다 보면 타인을 위해 양보하거나 배려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이용이 불가능한 사람을 위해 내가 서 있는 엘리베이터 공간을 내어 주는 것, 문을 혼자 열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몇 초를 내어 문을 잡아주는 것. 대단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이 사회를 살아갈 만한 곳으로 느끼게 하는 큰 힘이 된다. -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중에서-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 학교는 학급 수가 적고 서로 가족같이 지내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 반 아이들만 이렇다....) 진영이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다른 학년 언니오빠들에게 둘러싸여 돌봄과 관심과 배려를 한 몸에 받는다. 이 아이들은 함께 공동체 놀이를 할 때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선과 도움을 줘야 할 때를 찾아 도움을 준다. 학교에서 그간 일궈놓은 통합 학급의 따뜻함이 후배로까지 잘 이어 내려오길 바라며 흐뭇하게 아이들을 바라본다. 선배들이 진영이를 챙겨주는 모습을 본 우리 반 아이들은 신기하게 쳐다봤다. 학교 좋은 게 무엇이냐.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이렇게도 행동할 수 있구나를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지.
더 많이 주변을 둘러보길.
더 많이 돌아보고 다시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