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우리 반 호준이는 에콰도르에서 왔다. 아빠는 한국, 엄마는 에콰도르 사람이다. 형 호빈이와 한글을 배우러 중도입국했다. 호준이와 호빈이를 위해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수업을 신청했다. 한국어 강사가 학교로 찾아와서 국어 정규 수업 시간 혹은 오후 늘봄 시간에 독립된 공간에서 한국어교육을 하는 제도다. 호준이와 호빈이에게 딱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선정이 되었고 각각 주 4시간씩 배당을 받았다. 전교생 50명 미만의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 2명의 존재는 크다. 아이들 덕에 다문화 교육 주간도 좀 더 섬세하게 계획하게 되었다.
에콰도르에서 선교활동을 하시는 아버님은 함께 한국에 오지 않고 계속 에콰도르에 계셨는데 아빠와 멀리 떨어진 호준이는 미술 심리 검사를 할 때마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물고기 가족 그림을 그릴 때는 어항 속에 아빠 물고기를 그리고 본인은 어항 밖에서 아빠 물고기를 낚시하는 그림을 그리곤 했다. 아직은 엄마아빠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기에 옆에서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어머님도 에콰도르에 가실 때가 되어서 호준이와 호빈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어머님이 에콰도르에 간 다음날부터 호준이의 아침 감정 출석부는 대부분 속상하다, 외롭다에 머물렀다. 왜 이런 기분이 들었는지 물어보면 엄마 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형과 한국으로 유학 온 셈이니 얼마나 보고 싶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호준이는 자신이 믿고 의지할 사람은 형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지 중간 놀이 시간마다 친구들과 놀지 않고 형이 오기를 기다린다.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가서 놀고 오라고 하면 "형이 오기로 했어요. 형 기다릴래요."라고 말한다. 어린이가 되어 타지에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그 마음이 조금은 공감이 되었다. 요즘은 그래도 조금씩 마음이 열려서 "선생님 저 친구들이랑 강당에서 놀 테니까 형아 오면 말해줘요!" 하고 뛰어나간다. 대견하다.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힘써 살아가는 모습을 응원한다.
호준이의 한국 유학이 무사히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동료 선생님들이 여리고 착한 호준이가 드센 아이들이 많은 반에 있으면서 한국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 가지고 가면 어떡하냐고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생각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 슬픔과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슬프지만 때로는 기쁜 일들이 호준이에게 자주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은 처음이라 어렵고 그래서 더 빛나는 호준이를 보며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우리네 삶도 그래서 더 찬란할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