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마라톤을 달리고 있습니다(1)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집단상담 10회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유독 수현이의 행동이 심상치 않았다. 수업 시간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은이(가명) 자리에 가더니 고은이 물건을 뺏으며 “이거 내꺼야!”라고 했다. 고은이는 오빠가 준 물건이라고 소리 지르며 물건을 움켜쥐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다. 집단상담 선생님도 다툼을 말리셨고 나도 지켜보다가 안 되겠어서 수현이를 데리고 복도로 나왔다. “왜 고은이 물건을 니꺼라고 했어?” 물어보니 "뭐가요, 어차피 걔꺼도 아니잖아요. 걔네 오빠꺼잖아요.“ “오빠가 고은이한테 줬으니까 고은이꺼잖아.” “임고은 꺼 아닌데요? “ 끝까지 말대답을 하며 친구 물건이 아니라고 말하는 수현이를 보며 감정적으로 요동하지 말자고 강한 다짐을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30분간의 대치상황... 눈을 위로 치켜뜨고 노려보는 수현이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준 종이를 갈기갈기 찢고 복도에 던졌다. “학교 안 나오면 된다고! 엄마한테 다 이를꺼야. 집에 갈꺼라고!!“ 쉬는 시간에 다른 학년들이 수현이를 흘깃 쳐다보며 지나가서 수현이 팔을 잡고 교실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고 하니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가 빨개진 팔을 보란 듯이, ”이거 봐! 내 팔에 피났잖아!!!! 왜 내 소중한 몸을 만져??? 경찰에 신고할꺼야!“ 라고 외쳤다. 내 손에 의해 일부러 더 빨개지도록 비틀고 움직이는 수현이를 보며 기가 찼다. 감정적으로 격해지지 않고 웃으면서 수현이에게 조곤조곤 말했다. 수현이가 자기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아, 진짜 욕해버리고 싶네.”라고 했다. 진전 없는 힘겨루기가 계속되자 수현이를 그대로 두고 교실로 들어왔다. 중간놀이 시간이 끝나고 수현이는 아무렇지 않게 교실로 들어왔다. 얼음 같은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지며 집단 상담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과자선물을 주셨다. 그때 수현이는 나에게 자신이 받은 젤리 중 한 개를 “선생님 이거 먹어요.” 하고 줬다. 그런 수현이를 보며 당시에는 수현이의 최선인 거겠지. 아이만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후에 선생님들과 대화하는데 한 선생님이 ”수현이가 선생님들을 이용해 먹는 것 같아. 들들 볶아 요리해먹을 줄 안다니까? “라고 하셨다.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다시 후퇴하는 듯한 일상들이 너무나도 지쳤다. 요 며칠 퇴근해서 집에만 가면 숨이 텁텁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다. 아무 힘이 없어서 정작 내 아이한테는 세심하게 돌봐줄 에너지가 없는 현실이다. 워킹맘의 숙제랄까.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주차를 하는데 돌봄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오전에 수현이 어땠어요?”라는 말을 시작으로 나는 수현이의 30분 대치 상황을 전했고, 돌봄 선생님은 놀라시면서 정말 보통 아닌 아이라고 하시며 돌봄 한 시간 보는데도 매번 뚜껑이 열린다고, 오늘은 특히 더 심한 날이었다고 말씀하셨다. “15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수현이의 갈 때까지 가려는 말과 행동이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저도 이런데 선생님은 하루 종일 보셔야 해서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요. 수현이 엄마랑 이야기를 했는데 어머님이 본인 입으로 수현이한테 꺾였다고 하셨어요. 내가 이러는데 담임 선생님은 오죽하시겠냐고 하시면서.. 정말 어떻게 이 아이를 일관되게 지도할 수 있을까요?” 함께 한숨을 쉬며 어서 푹 쉬라고 힘내자고 말하며 통화를 끊었다.


수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교감 선생님과 이야기를 했다. 교감 선생님은 늘봄 시간에도 수현이가 수업 분위기를 많이 흐리고 다른 아이들을 방해해서 방과 후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더라, 그래서 늘봄 실무사님이 학교 학생 생활규정을 들고 나에게 왔다. 라면서 상황의 심각함을 함께 공감을 하셨다. 하지만 이제 1학년인 이 아이한테 생활규정으로 나아가기에는 박한감이 없지 않아 있다. 아이가 싫어하는 것이 놀이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니 그것을 활용해서 지도하며 좀 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하셨다. 공감은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 지도의 최전선에 서있는 나나 돌봄 선생님은 수현이로 인해 몸과 마음이 상하니 나 자신이 걱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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