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학급 책놀이의 일환으로 여름 관련 책을 읽고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을 도자기 접시에 그리고 색칠하는 활동을 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나만의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집중을 보였고 자신이 그린 그림이 성에 차지 않으면 몇 번이고 지워가며 심혈을 기울였다. 1-2학년 합동 수업으로 과학실에서 진행을 했는데 잠시 1학년 교실에 다녀온 사이 과학실 분위기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다름 아니라 우리 반 우영이의 엄마인 2학년 선생님과 우영이의 대치가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평소 자신의 작품을 만들 때 예민하고 세심하게 높고 명확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미술활동을 하는 우영이가 두루미를 접시에 그리려는데 마땅히 참고할 자료가 없었던 모양이다. 2학년 선생님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두루미 그림을 보여주며 그리도록 했는데 우영이의 속도가 느리니 얼마 후에 핸드폰을 다시 가져가시며 빨리 마무리하라고 하셨던 것이다. 우영이는 두루미를 자세히 표현할 수 없어 심하게 흥분하며 울고 있었고 나는 본능적으로 우영이의 옆자리에 다가가 우영이에게 말을 걸었다. "우영아. 뭐 때문에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2학년 선생님인 자신의 엄마를 가리키는 우영이. "흑흑.... 나.. 를 혼내잖아요.. 억울해요!!!!"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혼나는 것이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우영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에서는 내 아이만 유난인 것 같고 답답할 수 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2학년 선생님도 자식의 문제 앞에서는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공감이 많이 되었다. 내 자식은 이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욕심이 부모라면 가지고 있을 테니. 다시 돌아가서, 나는 우영이의 담임교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말을 걸 수 있었다. 우영이의 고집을 생각하면 차라리 두루미 일러스트를 다시 보여줘서라도 시간 안에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구나. 선생님 핸드폰으로 두루미 그림 보여줄게. 시간 안에 끝내야 하니 선생님이 조금 도와줄까?" 우영이가 끄덕였다. 스케치하는 것과 색 칠하는 것을 조금씩 은밀하게 도와줬다. 우영이는 그새 기분이 좋아져서 뿌듯해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수업이 끝나고 각 교실로 들어가는데 2학년 선생님이 나를 보고 "선생님 고마워요."라고 했다. "아니에요. 뭘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로서 교사로서 선생님도 고민이 많으시겠다 싶었다. 급식 시간에 우영이가 나를 향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선생님. 나 먹는 거 봐요. 나만 봐요."라고 했다. 이런 귀여운 말을 듣다니... 나만 보라는 말은 연인 사이에나 들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마음을 달래줬던 것만으로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구나. 즐겁고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점심에 회의하고 오느라 5교시 수업에 조금 늦었다. 헐레벌떡 교실에 갔는데 아이들이 교실 불을 꺼놓고 소곤소곤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뭐지?' 교실 불을 켜고 들어가니 아이들이 "짜잔~~~ 선생님 여기요!" 하면서 뭔가를 줬다. 받아보니 A4용지에 '선생님 사랑해요.', '고마워요.'가 쓰여있었다. 깜짝 선물로 주고 싶었나 보다. "이게 뭐야~~~??" 웃으면서 말하자 아이들이 "쌤! 우리 청소도 해놨어요! "라고 했다. 이런 날도 있구나 싶다. 날마다 머리가 지끈할 정도로 문제 상황들이 많은 학급인데 아이들 자신의 나름대로 상대를 기쁘게 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한 모습들이 기특했다. 매일 힘들기만 하라는 법은 없나 보다. 때때로 서로의 진심을 표현하고 또 그것으로 마음이 씻겨져 내려가는 일들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