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우리 학교는 매년 전교생이 보호자님들과 함께 학교 근처 마을을 탐방하고 물총 놀이 등 단체 활동을 한 후 삼겹살 파티를 한다. 작년에는 7월이 너무 더워서 이 행사를 조금 앞당겼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기에, 올해는 6월 초로 당겼는데 그 사이 지구온난화 역시 심각해져서 6월도 똑같이 더웠다. 우리반은 특수 학생인 진영이(가명) 부모님이 함께 참석하셨다. 진영이는 엄마 아빠를 보자마자 떼를 쓰면서 자기랑 어서 손을 잡으라고 했다. 평소에 볼 수 없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부모님께 신경질내고 떼를 쓰는 새로운 모습을 보며 '나는 진영이에 대해 얼만큼 잘 알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통합 시간에 함께하는 정도로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영이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면 좋을까, 진영이는 담임 선생님인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어가면 좋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강당에서 단체 활동을 할 때 슬쩍 특수 선생님께 물어봤다. "진영이는 지금 몇 살 정도일까요? 진영이가 친구를 때리거나 함부로 할 때 교실에서 지도를 하는데 진영이가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할 수 있나요? 아니면 바로 까먹나요?" 특수 선생님은 처음에 진영이가 5살 정도 될까 생각했었는데 같이 지내보면서 이제 막 돌이 지난 2살 정도로 느껴진다고 하셨다. 그래서 진영이가 어떤 행동을 하던 화가 나지 않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알려주고 계신다고 했다. 마을 탐방에서 엄마 아빠를 보자마자 떼를 쓰면서 엄마 보고 싶다고 엄마한테 갈 꺼라고 한 진영이의 모습이 이해가 됐다. 몸은 8살이지만 한참 나이 차이 나는 언니들 교실에 있는 동생이라고 생각하니 모르는 것은 알려주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건 나쁜 행동이야~ 알겠지? 라고 말해줘야겠다. 싶었다.
진영이는 자신이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 물건을 옆 사람한테 던져서 패스해야 하는데도 "싫어! " , "안된다고!" 라며 소리를 지른다. 반 아이들은 진영이 손에서 물건을 억지로 빼내면서 나를 향해 "선생님! 진영이가 자꾸 이걸 안준대요!" 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진영이는 잘 모르고 그런 행동을 한거야. 그럴 때는 부드럽게 10번 반복해서 이야기 해주면 돼. 그래도 진영이가 듣지 않으면 선생님한테 말해줘 알겠지?" 라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부드럽게, 반복적으로> 이다. 구체적으로 진영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진영이는 알지 못한 거니까 여러 번 말해줘야 하는 친구라는 것, 몰라서 한 행동이니 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점점 진영이에게 부드럽게 말하고 손길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몇몇 친구들이 생겼다. 그럴 때마다 진영이에게 부드럽게 말한 그 아이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고 최고! 라고 표현해준다. 이제까지 진영이는 다른 친구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진영이가 친구들에게 가서 말을 걸면 저리가라고 진영이를 밀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행동한 친구들 중 한명이 진영이와 함께 짝꿍이 되었는데 그 아이가 진영이한테 "너 엄마 보고 싶지? 나도 할머니 보고 싶어."라고 말하며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씩 진영이를 우리반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이 작은 행동이 참 기뻤다.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 중 부드럽게 대화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옳다. 서로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특정 사람의 혐오를 지양하는 사회를 이루어 가기 위해 오늘도 우리반 아이들을 보며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