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 시절 선생님(1)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가끔 생각나는 학창 시절 선생님들이 있다. 공부를 어떻게 가르쳐주셨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대체로 나라는 존재에 주목하고 나의 작은 목소리도 들어주셨던 선생님들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2학년 때 반에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좋아하고 관심이 가면 싫어하는 척하고 더 못살게 구는 모습이 나에게도 있었고. 매일 일기 쓰기 숙제가 있었는데 일기장에 나의 가장 큰 고민을 적어 냈던 기억이 있다. 대략 ‘내일은 자리를 바꾸는 날이다. 000이랑 꼭 짝꿍 하고 싶은데 내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이었다. 자리를 바꾸는 대망의 다음 날, 나이가 꽤 있으신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침 시간에 일기장 검사를 하셨고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런 선생님을 바라봤다. 이윽고 선생님이 모든 일기장을 검사하신 뒤에 자리를 바꾸겠다고 하셨다. 원래 자리 바꾸는 방식으로는 나는 그 아이와 짝꿍이 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이번에는 색다른 방식으로 자리를 바꾸시겠다고 하시면서 첫 번째 줄과 끝 줄을 바꾸시고 두 번째 줄과 다른 줄을 바꾸시는 방법으로 어떤 명확한 규칙과 기준이 없이 줄끼리 자리를 바꾸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앉은 줄과 다른 줄을 바꾸려고 가보니! 짝꿍 자리에 좋아하는 그 친구가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짐짓 하나도 안 기쁘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아~ 네가 짝꿍이야?’ 싫어하는 척을 했다. 마음속으로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고. ‘선생님이 내 일기장을 읽으시고 내 소원을 들어주신 것일까? 그냥 어쩌다 보니 얘랑 짝꿍 하게 된 걸까? 설마 선생님이 나를 위해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 자리를 바꾸셨겠어?’ 의심과 궁금증이 컸었다. 지금, 교사가 되어 보니 아니 꼭 교사가 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2학년 담임 선생님을 생각하면 그냥 보고도 무시할 수 있었던 작은 아이의 자칭 최대 고민을 넘어가지 않으시고 귀 기울여주셨구나 확신이 들게 되었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 나의 존재에 주목했다는 것.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으니까.



이제 5학년으로 올라가 보겠다. 담임 선생님은 참 특이하신 분이셨다. 틈날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말씀하시곤 했다. ‘나는 나만의 글자를 만들어서 모든 글을 암호문으로 쓸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 등등... 하도 이야기를 들으니 저렇게 대단하신 분이 나의 담임 선생님이라니! 영광으로 느껴질 정도로 선생님의 위엄과 권위가 쭉쭉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 선생님의 이쁨을 받고 인정을 받으면 엄청난 일일 거라는 생각에 그 당시 나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 대부분이 선생님의 눈에 들려고 참 말을 잘 들었던 것 같다. 아침마다 성경책을 펴고 읽으시는 선생님. 모든 해결책이 있을 것만 같았던 선생님. 감히 선생님의 말씀을 거역하면 안 될 것 같은 선생님. 그런데 참 이상했다. 선생님처럼 공정하시고 공의로우신 분이 왜 자꾸만 특정 아이만을 편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까?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었고 불평이 커져서 마침내, ‘내가 대표로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겠다.’ 라며 한 친구가 나섰다. 그럼 언제 말할지, 무슨 시간에 말할지 심각하게 작당모의를 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대표로 말하는 친구만 혼나면 안 되니 우리가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들어서 친구를 배신하지 말자. 는 엄숙한 서약도 했다. 그리고 대망의 날. 그 친구는 선생님께 왜 000만 이뻐하고 우리를 차별하냐며 운을 떼었다. 선생님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어쭈? 네가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해? 느낌으로 대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은 약속대로 한 마디씩 거들었고, 실제 사례들을 예로 들어서 무척이나 설득력 있게 선생님께 따지게 되었다. 그럼 나는 뭘 했냐고? 나는 억울함과 불평을 담은 친구들의 말이 가슴속으로 절절하게 다가와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렀다. ‘야! 너 울어?’ 소리가 들렸고 나는 ‘안 울거든? 하품한 거거든?’ 웃음과 울음의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책상 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선생님의 눈에 들고 싶은데 들지 못한 데에 대한 좌절감, 슬픔, 이쁨 받았던 그 친구에 대한 질투와 다른 친구들의 울분에 대한 공감이 마음을 격동시켰다. 선생님은 우리를 역적을 대하듯이 당신의 권위에 대항한 문제학생들로 보셨지만, 우리는 안다.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하고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했던 선생님의 말과 실제 그분의 행동에는 괴리가 있었다는 걸... 우리는 우리 힘으로 의견을 모아 실로 ‘대단한’ 일을 했다는 걸.



학년의 최고봉인 6학년이다. 소위 말하는 학군이 좋은 곳, 아이들 물이 좋은 곳? 의 정반대가 우리 학교가 아니었나 싶다. 6학년으로 올라가니 선생님과 학교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수업 시간에 반 아이들 반절이 안 들어와서 수소문을 해보면 옆 학교 짱들이랑 맞짱 뜬다고 공터로 가있기도 했다. 그때 나는 폭폭 해하는 담임 선생님의 마음에 공감이 갈리 없었고, 우리 학교가 꼭 이겨서 학교의 위상을 세워야 한다는 열렬한 지지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쪽수가 적으면 안 되니 더 많은 친구들이 가 있기를 바라기도 했다. 어휴... 지금 생각하면 우리 학교 선생님들 근무하시기 정말 힘드셨겠다 싶다. 한 번은 교생 실습 대상 학교인 우리 학교에서 6학년에 교생 선생님들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쁘고 멋지고 젊은 선생님들이 온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설레어하며 선생님들을 기다렸다. 우리 반에 오신 세 분의 선생님 중 여자 선생님 한 분은 눈에 띄는 미모의 선생님이셨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냐... 이쁜 외모의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한 것도 잠시, 원래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날뛰기 시작했다. 이쁘고 여리여리 하셨던 선생님은 결국 수업 중간에 울면서 뛰쳐나가셨고 다른 남자 교생선생님이 그 선생님을 대신해서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하시면서 우리를 혼내셨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교대 1학년 첫 교생 실습을 내가 졸업했던 이 학교로 선택해서 왔다. 선생님의 신분으로(?)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다. 그때 우셨던 선생님은 결국 선생님이 되셨을까? 참회하는 마음으로 교생 실습을 했다. ‘너 같은 자식 낳아봐라. ’ 말하는 부모님의 말씀처럼, 너 같은 학생 만나보길 원하셨을까?


선생님.. 저도 교사되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울고 웃는 매일매일이 고됩니다... 선생님 어디에 계시나요? 그땐 정말 죄송했습니다..... 부디 선생님의 꿈이 꺾이질 않았길 빕니다...



keyword
이전 11화명상록(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