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드디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했다. 초6과 중1은 일 년 차이이지만 학교에서 입지가 매우 다르다. 왕언니가 되어 동생들을 바라보았던 느긋한 마음에서 새로운 환경에 눈치 보며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긴장되는 마음은.
1학년 수학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는 과목 담당 선생님이 어떤 분이시냐에 따라 그 과목의 이미지를 만든다. 어렵게 느껴지는 과목도 선생님이 너무 좋으면 한 번이라도 더 교과서를 들여다보겠고 선생님이 무섭고 거리감이 느껴지면 그 해의 과목은 잠시 어색한 사이로 둘 수도 있다. 물론 선생님이 과목의 기호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이 수학 선생님은 굉장히 엄격하고 권위적인 여자분이셨다. 단발 파마머리에 매부리코를 하신 선생님은 수업 종이 쳤을 때 반드시 자리에 앉아있을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숙제를 할 것, 수학책과 익힘책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수업 준비를 할 것. 을 반드시 지키도록 말씀하셨다. 어느 날 우리 반 한 남자애가 숙제를 했는데 깜박하고 놓고 왔고 이를 선생님께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순간 교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 친구를 비롯한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한 아이들은 선생님에 의해 교실 뒤로 가서 일렬로 섰다. 선생님은 출석부를 들고 정신이 제대로 박히지 않았다며 한 명씩 차례대로 출석부의 모서리 부분으로 머리를 쳤다. 한대, 두대, 세대, 열대가 넘어가도록 학생이 아파서 힘들어할 때까지 줄 서있는 모든 친구들을 그렇게 때리셨다. 그 모습을 계속 뒤돌아 쳐다보기도 그렇다고 모른 척 앞에만 보고 있기도 애매한, 함께 정신적 폭력을 당하던 때였다. 그때 숙제를 놓고 왔다는 아이는 했는데 놓고 온 거라고 한번 더 의의를 제기했지만 선생님께 ‘따졌다 ‘는 이유로 더 많이 맞게 되었다. 안경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아이 귀에서 피가 났다. 일부러 같은 곳만 집중해서 때리신 걸까. 참 모질고 잔인했던 선생님이었다. 겉으로는 순종적이고 집중을 잘하는 나였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증오가 솟았다. 이후 성인이 된 후 중고등학교 선생님인 엄마를 통해 건너 건너 이 선생님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교감 선생님이 되었고 교사한테 함부로 했다는 것으로 징계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 손버릇, 말버릇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체벌이 금지되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학생을 대할 때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지도한 선생님은 반면교사가 되어 우리에게 오래오래 기억된다.
2학년으로 올라가 보겠다. 이때는 안팎으로 질풍노도의 시기가 격정적인 시기다. 마음속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쏟아낼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걸까. 반에서 조금은 순둥하고 순진하며 키가 작고 뚱뚱한 남자아이는 자주 다른 남자친구들에 의해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학교폭력의 장면을 직접 보게 되는 방관자의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말 못 할 고민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느 날은 그냥 같은 노는 것 같기도 한데, 저 정도는 폭력이라고 하기 애매한 것 같고... 어느 날은 ‘아 좀 심한 거 아닌가?’ 싶은데 차마 나서서 말은 못 하는, 학교에서 (안 좋은 쪽으로) 난다 긴다 하는 애들이어서.. 나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은 그 상황을 회피하는 식으로 마음의 눈을 감고야 말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속되었고 어느 날, 도덕 선생님이신 우리 담임 선생님이 도덕 시간에 호통을 치시면서 어떻게 너희들이 이럴 수가 있냐며 방관했던 나와 친구들을 혼내셨다. 그리고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애들은 정학을 먹고 며칠간 봉사활동을 하고 왔다. 어떤 이상한 환경이 펼쳐져도 희화화하고 웃으면서 대꾸하는 게 중2병의 특징이었을까. 정학 먹은 아이들은 양파 껍질 까는데 눈이 겁나 맵다며 투덜대는 문자를 보냈고 문자를 받은 친구는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반 아이들과 공유하며 함께 웃기도 했다. 그리고 피해 학생, 그 남학생에 대한 기억은... 없다. 이후로 전학을 갔을까 아니면 여전히 같은 반이었을까. 나에게 존재감이 크게 없었던 그 친구를 떠올리면 지금 엄마의 시선으로도 교사의 시선으로도 놓친 것이 너무나도 많음을 느낀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남학생이 또래 관계에서 살아남기가 참 어려운 사회라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자신만의 건강한 소신을 가지고 중심을 가지며 살아간다는 것은 청소년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어떤 사회가 펼쳐질까. 갈수록 가정환경에서 또래 집단으로 중심이 이동할 앞으로를 생각하며 많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든다.
확실한 건 학창 시절의 선생님을 생각할 때면 가르쳐주신 지식보다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인생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살아가는지를 더 많이 흡수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우리에게는 보이고 느껴지고 만져진다. 나의 삶을 돌아보며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점검해 볼 때다.